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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Jan 22. 2021

가끔은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아

목적지 없는 여행 [마무드 에세이, 16]


어느새 '목적'에 집착하는 날 발견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세상만사 모든 일이 목적을 갖고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겠는가. 때로는 목적지 없는 여행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법이다.



요즘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했다. 공부하는 과정을 딱 하루 남겨둔 지금, 마음이 싱숭생숭 해 잠이 오지 않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4개월 간 마케팅 업계에서 적어도 샛 병아리는 벗어나자는 마음으로 꽤나 열심히 임했다. 그 결과물은 글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게 마케터의 숙명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중에서도 목표를 설정하고 이후 나의 모든 액션이 그 목표 하나만을 위해 행해져야 하는 것. 그놈은 날 지독하게 괴롭혔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이분법으로 또 논리적으로 딱 나뉘는 게 아닌데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뭐가 다를까. 하지만 마케터에게는 논리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이분법적으로 기다 아니 다를 판별하고 행동해야 하는 때가 수없이 존재한다. 4개월을 그 파도에서 마음껏 넘실대고 나니 글을 다시 쓸 여유가 생긴 지금 펜을 들기도 전에 '내가 쓰는 글은 뭘 위해 쓰는 걸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글을 써야겠다 생각이 들 때면 망설임 없이 펜을 들고 노트에 끄적이다 타이핑을 치던 나였다.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했지 왜 쓰느냐를 고민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왜 쓰는지 고민해보는 일, 필요할 법도 하지만 마케터가 아닌 마무드로 이곳에 존재하는 나는 왜 쓰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좋은 글을 쓸지 고민하는 시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나의 선택이 어리석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4개월 간 넘실댔던 파도 안에서는 나의 목적, 목표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으니.

하지만 나는 곧 '마무드'로 돌아와 생각해보았다. 목적지 없이 거닐던 내 피렌체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지 않았나라며. 계획보다는 즉흥적으로 발길이 닫는 순간순간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며 그렇게 나아가던 나는 아름답고 빛났다. 그때의 내가 가장 빛났고 글을 쓰는 내가 좋다면, 지금 이렇게 왜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하며 글을 쓰는 나는 이대로 남겨두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여러 생각들을 지나 나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늦가을을 지나 겨울, 그리고 초봄이 아주 살짝 코 끝에 스치는 지금까지 나 참 애썼다. 그리고 당신도. 속해진 곳에서 내 최선을 다한 우리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빛났다. 나는 이런 방식의 빛나는 나와 또 다른 방식으로 빛나는 나 모두를 사랑한다. 그러니 당신도 부디 당신의 모든 것을 부둥켜안고 사랑해주길 바라본다. 이미,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에.


-이 글을 나와 함께 고생하고 애쓴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에게 바칩니다. 우리 모두 고생했어요. 앞으로도 뜻하는 바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마웠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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