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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Jun 11. 2021

괜찮아, 참지 않아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중 [마무드 에세이, 17]


내 꿈속에는 늘 저기 저 멀리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렸을 적 내가 있다. 그 어린것이 눈물을 애써 흘려보내지 않으려 꾹 눌러 담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울지 않아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우리 부모님은 모든 감정을 참지 말고 표현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모순되게 울지는 말라고 가르쳤다. 칭얼거리다가 조금 더 나아가서 울먹이고, 눈물을 밖으로 보이는 날에는 항상 아빠에게 혼이 났었다. 조금 더 커서도 우는 모습을 보일 때면 꼴도 보기 싫다는 말까지 들으며 혼나기도 했었다. 그때는 울지 못하게 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청소년을 벗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지라 그랬을 거라고 충분히 이해했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었지만. 그리고 내가 마음이 많이 아프게 된 후, 아빠가 내가 우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던 이유를 알았다.


 우리 아빠는 원래가 무척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다정이 몸에 밴 사람. 하지만 엄할 때는 그 누구보다 엄한 사람. 그런 우리 아빠는 내가 아프고 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하기만 한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자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방법을 몰라 그런 법이 없었던 우리 아빠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화해의 물꼬를 트는 사람이 되었고 늘 다정한 말로 내 안에 가득 찬 여러 감정들로 힘들어하는 나를 다독여주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두고 내가 아프고 나니 나에게 한없이 약해진 아빠의 모습이 가끔은 어딘가 어긋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한없이 약해진 아빠에게서 내가 가장 아파하던 순간에 아빠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그때는 그렇게 아파해 놓고서 지금 와 꺼내어보려니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라니. 아무튼 그때 나는 집에 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 여전히 소리도 내지 못한 채로 울고 있었고 방에 들어온 아빠는 깜짝 놀라며 나를 감싸 안은 채로 소리 내어 울어도 되니 마음껏 울라며 나를 토닥여줬다. 항상 울지 말라며 혼내던, 소리 내서 우는 것은 더 용납하지 않던 아빠가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며 나를 안아주자 어디서 그렇게 까지 목놓아 울 체력이 나왔는지 한참 동안 대성통곡을 했던 것 같다. 내내 자리를 지켜주던 아빠는 내가 진정이 된 후에야 아빠의 진심을 꺼내보여 줬다. 내가 울면 아빠도 마음으로 같이 울고 있다며, 정말이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 내가 우는 모습을 보기 너무 힘들어 여태 내가 울면 서툴고 모자란 자신은 혼내서 그치게 하는 방법밖에는 몰랐던 것 같다며. 그게 나를 더 병들게 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우리 아빠.


 우리는 가끔 너무 많이 사랑하면서도 처음으로 인생을 살아가기에 겪는 서투름으로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또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힘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 우리 아빠가 나를 사랑하면서도 그랬고,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도 수많은 상처와 치유를 반복해서 주고는 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숨죽여 우는 어렸을 적 나를 꿈으로 꾸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꾸더라도 이제는 다가가 괜찮다며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며 나를 다독인다. 그렇게 여전히 서툴고 미성숙한 나는 많이 아파했던 나를 보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삶을 마치는 그날까지 서툴고 미성숙하겠지만 그렇게 미성숙 안에서의 성숙을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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