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오늘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시간적인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이며 공간적인 배경은 영국 런던입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조선 후기에서 대한제국 직전의 서울이라고 할 수 있죠. 철도와 공장, 증기기관이 빵빵 돌아가던 때로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예의와 도덕, 매너를 중요시하는 상류층들의 겉모습은 단정하면서 보수적이었지만 그들의 속은 굴뚝으로 올라오는 연기만큼 까맣게 타버렸던 것 같습니다.
탄광과 공장에서는 일손을 구하기 위해 어린아이들까지 동원했고요 그렇게 힘든 일을 시키고도 노동자들에 돌아가는 돈은 쥐꼬리만도 못했고 런던은 매춘과 범죄가 들끓었으며 빈민가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기괴한 흉터를 가진 외과의사이면서 과학자인 갓윈 백스터는 벨라의 창조주입니다. 그는 런던 다리 아래로 뛰어내린 여자의 시체를 건져내어 저택과 같은 자신의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배 속에 어린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자 기묘한 상상을 하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깁니다.
평소에도 닭의 머리를 개의 몸뚱이에 갖다 붙이는 등 기괴한 실험과 수술을 일삼던 그는 여자의 배 속에서 꺼낸 태아의 뇌를 이미 죽은 여자의 뇌와 바꾸어 버립니다. 그렇게 아이의 지능을 가진 여자 벨라 백스터가 탄생합니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칼, 초롱초롱 빛나는 새까만 눈동자, 마치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삐그덕 거리며 걷는 벨라는 갓윈 백스터를 하느님이라고 부릅니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짧은 순간에 어른이 되어가는 벨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면 성적인 욕망인데요. 이래서는 안된다, 저래서는 안된다와 같은 가르침을 전혀 받지 않았던 벨라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마음껏 채워 나갑니다. 그렇게 때문에 창녀촌에서 일하는 것도 부끄러울 턱이 없죠. 오히려 부끄러운 것은 그녀의 미모와 솔직함에 반해서 박사의 집에서 그녀를 꼬드겨낸 변호사 던컨 웨더번과 벨라의 전 남편 알피 블레싱턴입니다.
그들은 태어나보니 부잣집 자식이었고 어쩌다보니 남들 앞에서 떵떵거리는 직업을 갖게 된 인물들이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사람을 사랑하고 애처로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성선설에 따르자면 말이죠.
하지만 던컨과 알피에게는 그런 마음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상대방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물들이지요. 영화 가여운 것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쯧쯧.이렇게 가여울 수가. 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든 가여운 것들은 사실 가엽지 않다고 영화는 보여줍니다. 스스로를 가엽게 여기게 하기 위해서 감독은 재미있는 결말을 보여주거든요.
잘난 척 하며 거들먹거리던 던컨은 정신병원에 수용되고요. 폭력적인 행동을 마구 일삼던 남편 엘피는 염소의
몸을 가지고 재탄생하게 됩니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잔혹했던 시대 중 하나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상류층의 이면을
낱낱이 까발린 영화가 아니었을까 해요. 인간의 양면성이 흑과 백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그 시대는
오늘날에도 여지없이 진행중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엠마스톤의 연기에 또 한 번 반하게 된느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