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담사에게 가면 아니되오...
어느 평일 점심, 혼밥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 간격이 좁고 한창 점심시간이라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종종 들렸는데
무심코 '부부상담'이라는 단어가 귀에 콕 박혔다.
직업병(?)이 발동. 자연스레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었다.
요지는...
친구로 보이는 여성 두 분(A,B)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보아하니
A의 추천으로 B가 부부상담을 받고 있는 거 같았다.
B: 근데 상담샘이 재무상담도 해주시더라고.
A: 재무상담? 그런것도 해?
B: 응. 우리가 대출이 ~~~ 그러니까 대출을 갚지 말래. 그리고 투자를 안하니까 ~~~ ETF 종목도 추천해 주셨어. 한달에 ~~씩 ~~사래.
A: 종목까지? 이게 맞아?
B: 왜? 우리 남편 속 시원하다고 좋아하더라.
순간 아득해졌다.
당장이라도 말을 걸고 그 상담사에게 다시는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전문성을 가진 심리상담사는 주식 추천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물론 전체 상담의 맥락을 모르기에 내가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상담사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몇번을 생각해봐도, 그래도 매월 특정 금액을 찝어 특정 상품에 투자하라고 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격을 갖춘 진짜 심리상담사가 맞는지 확인해보시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조용히 밥을 먹고 나왔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 마음에 남은 말은 사실 '남편이 속이 시원하다고 좋아했다고.' 였다.
어쩌면. 대중들이 원하는 건 그런거다.
우리가 점쟁이에게 찾아가거나 사주를 보듯이
당장의 답을 정해주는 것.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해결해 주는 것.
근데 그렇다면 우리가 제공하는 심리상담의 전문성은 ETF 상품을 추천하는 재무상담의 그것과 어떻게 달라야 할까?
결론은 하나.
지금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고 넘어가느냐, 내 인생의 문제를 내가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기르느냐.
첫번째는 매우 짧고 명쾌하고 싶다. 쉬운 방법이다.
두번째는 오래 걸린다. 어려운 방법이다. 답이 쉽게 찾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힘을 기르게 되면 앞으로 발생할 인생의 무수한 난관들도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 더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상담은 어떤 ETF를 살지, 투자를 할지 말지 정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결정에서 내가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나는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나를 알아가는 이 지난한 과정을 버티기란 쉽지 않다. 그냥 빨리 해결되고 답이 찾아지는 방법을 택하고 싶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다.
이럴때 우리는, 상담사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