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의 책임은 나에게
조기폐경 선고를 받은 후 다시 한번 피검사를 받으러 방문한 대학병원에서 불임까지는 아니니 호르몬제만 잘 챙겨 먹으면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럼 그렇지"
안도했다.
호르몬제를 먹으니 생리가 나왔고 여느 고3처럼 수능 준비를 하고 20살을 맞이했다.
그리고 몇 년 뒤, 파산 후 방문한 병원에서 이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호르몬 수치가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 먹으면 괜찮다면서요"
라고 되묻는 나의 질문에
"몇 년 전에 ㅇㅇ선생님이 약을 왜 이렇게 처방했을까"
라고 회피하던 대학병원 의사.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책임은 의사를 너무 믿었고, 더 자주 병원을 찾지 않았던 나에게 돌아왔다.
안일했던 내 탓일까.
아기를 가지지 못하게 된 건 모두 의사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20대 초반 여대생의 잘못이었다.
이렇게 모든 불행이 한 번에 올 수 있을까 싶었던 그때.
난 부모님께 유럽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내가 벌어 다녀올 테니 배낭여행을 가보겠다고 말했다.
앞 뒤 옆으로 꽉 막힌 내 인생
이게 끝이 아니고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내 눈으로 똑바로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