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왜 생리를 안 해?"

고3이 조기폐경?

by 조매니저

사실 갑작스러운 파산이 내 인생 첫 번째 불행은 아니었다.


"엄마, 나는 왜 생리를 안 해?"


고등학교 3학년, 주변에선 곧 "어른"이 된다는데 내 몸은 아직 초등학교 4학년에 멈춰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직 혼자서는 무서워서 잠도 못 자던 11살 여자아이가 학교 화장실에서 쉬야를 하고 발견한 건 새빨간 팬티였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생리구나!"


신이 나서 학교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한테 자랑을 했던 나였다.

보통의 여자 아이들은 부끄러워서 말하길 꺼린다던데 과하게 밝았던, 과하게 흥이 넘쳤던 나는 온 세상 팔방에 새빨간 팬티 자랑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달, 딱 두 달 뒤 그 자랑거리였던 생리는 멈췄다.


"생리 한번 나왔으면 문제없어."

"원래 멈추기도 하는 거야."

"아직 어려서 괜찮아."


와 같은 어른들의 위로인지 조언인지 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말들이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졌고


결국 답답한 마음에 엄마 손을 끌며 여성병원을 찾아간 건 교복 입은 19살의 여고생이었다.


유난히 불친절하고 퉁명스러웠던 여자 의사가 자궁을 봐야겠다며, 여고생이니 항문 내시경을 하겠다며 초음파를 항문으로 찔러 넣었고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애기들도 다 하는 건데 넌 왜 그렇게 엄살이니. 힘 좀 빼! 얘!"


몇 시간 같던 몇 분이 지나고 내시경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 피를 뽑은 뒤 검사를 끝냈다.


그렇게 3일 뒤 야간자율학습을 빼고 결과를 들으러 갔던 병원에서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결과를 말하던 그 여의사.


"혼자 왔니? 아.. 이게.. 폐경 수치가 나오는데... 대학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3일 전엔 그렇게 큰 소리 떵떵 치며 나를 몰아세우던 그 의사는 동정심인지 미안함인지 뭔지 모를 감정에 내 눈도 못 마주치고 검사 결과를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자궁이 워낙 작아 내시경 때 자궁이 잘 안 보였던 것이었고 대학병원에서 똑같은 검사를 했을 땐 큰 고통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다.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교복을 입은 채로 동네 여성병원을 엉엉 울면서 나왔고, 유난히 아기를 좋아했던 19살 여고생에겐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보단 날 닮은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검사 결과가 마음을 더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대학병원을 찾아갔고 이런저런 검사를 끝낸 뒤

"조기폐경"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19살, 수능을 3달쯤 앞둔 9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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