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이 망했다.

by 조매니저

갑자기 집이 망했다.


갑자기라기엔 갑작스럽지 않았다.

아빠는 늘 가정에 관심이 없었고 나를 키운 건 외조부모님과 엄마.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외조부모님 댁에서 독립하여 그리 나쁘지 않게 살아온 게 오 년이던가 육 년이던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취한 날이 늘었고 엄마 찾지 말란 문자를 받고 울며 불며 엄마를 찾아 나선 날도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럽지 않게 집이 망했다.

이유 모를 수 천만 원의 빚이 있었고 지방의 빌라에 살고 있던 우리는 당장 그 집을 팔아야 했다.

놀랍진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취해서 울던 엄마,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에서 “xx 씨 딸이죠? 엄마한테 이런 전화 왔다고 전해요”라는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치던 아저씨들, 그리고 늘 가족보단 노름이 좋았던 아빠. 언젠간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난 그때 가족 중 누구보다 맨 정신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리고 지금 내가 뭘 포기해야 할까.’였다.

당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창업에 관심이 있어 꽤나 열심히 활동을 할 때였다.

아직 식당들이 종이로 된 전단지에 할인 쿠폰을 붙여 광고를 하던 시절이라 “플리마켓”, “행사”, “파티” 등을 기획해서 공간을 홍보해 주는 창업이었고 나름 정부지원사업 지원도 받고 수익도 나던 활동이었다.

그리고 난 제일 먼저 창업을 포기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이라 이미 모든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 집안 살림에 보탰던 상황이었는데 미래가 확실치 않은 창업을 하는 게 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망, 두려움, 허망함과 같은 다양한 감정이 몰려왔지만 그런 감정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었기에 집을 팔고 빚을 정리했다. 물론 대출 낀 집을 판다고 모든 빚을 해결할 순 없어 몇 년을 더 고생했지만.


그리고 엄마는 오래된 빌라의 원룸으로 나는 아빠와 대학가 바퀴벌레가 나오는 작은 방 두 개짜리 빌라로 이사했고 나는 내 인생 새로운 플랜을 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