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 감정의 흔적과 여파가 남았다.
그들은 이미 내 경계 밖을 벗어났고, 현재는 그 텅 빈 공간을 바라볼 뿐이다.
그 공간을 바라보며 그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분석하고 추적했다.
다시는 그런 인간들과 엮이지 않기 위한 방어막을 형성하고 내면의 근육을 단련했다.
몇 년 만에 찾아온 그들이 없는 내 세상에 이상한 공허감 같은 걸 느꼈다.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내 안에 남은 흉터 같은 흔적을 마무리지었다 생각했지만
빈 공간에 대한 공허감의 괴리를 좁히려는 것인지 그들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자꾸만 확인하려 한다.
보이지도 않는 흔적을 되찾기 위해 반추를 통해 곱씹으려는 행동이 아이러니하다.
그렇게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했던 그들을 반추하고 있다니 말이다.
이 공허감이 참 모순적이다.
그리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련함은 아닌 이 텅 빈 공허감이..
그들은 나에게 찾아온 문제였지만
그들은 지난 몇 년간 내 일부였다.
내 일부였기에 그들은 자꾸만 찾게 되는 나쁜 습관이 되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에게 느낀 분노와 증오라는 감정이 한순간 사라져 버리니
그 공간을 다시 그것들로 채우려는 시도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습관이 무섭다고 했던가, 그토록 싫어했던 인간들을 의식적으로 곱씹으며
늘 증오하던 루틴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나 자신을 보면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날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__매너티연
사진: Unsplash의 ali abiy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