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식탁을 기록합니다
붉은 갑옷에 투구를 쓰고,지느러미는 호화로운 방패인양 날개를 쫙 펴서 툭부라린 눈으로 상대방의 기를 죽일 듯 껌벅인다.
어께 지느러미인 날개를 펴면 공작새가 꼬리털을 활짝 펴 아름다운 구애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재밌는 표현을 하자면 공중 경보기의 원형 레이더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수면 밖으로 나오면 아가미쪽에서 '뽁뽁' 알 수 없는 큰 소리를 내서 '성대聲大'라는 목소리 이름을 얻었다.
부산과 남해안 등지에서는 '달갱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이 소리를 "호우","보우"로 들렸는지 이름을 '호우보우'라고 부른다.
달갱이는 달팽이의 사투리라고 한다. 달갱이가 이동할때 가슴지느러미로 바닥을 딛고 기어가는 모습이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달갱이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릴때 우리동네는 고대구리라는 저인망 어선이 많았다. 이 고대구리 어업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잡어미학의 잡어들을 우리 식탁에 다양하게 공급해주는 공급원이었다.
바다 밑바닥까지 그물이 훑어 아주 작은 물고기들까지 깡그리 잡아 올리는 어업방식이었는데, 이 어로방법이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라 해서 법으로 금지를 했다.
그때 우리동네 선창에는 매일 아침 파시가 열렸고 그에 따른 현금의 유동으로 꽤 잘 살았던 동네였다.
하지만 이 저인망어선 금지법이 시행되자 어업의 쇠락과 함께 우리동네의 선창 분위기도 어촌이 아닌 한가한 물양장 분위기로 급속히 변했다.
이것은 비단 우리동네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남해안 일대 어느곳이나 다 비슷한 상황이었지 않았을까.
고대구리 어선에서 얻어 먹는 밥은 특별한 맛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먹었던 밥맛만큼 좋았던 맛이 또 있었을까 생각하면 답은 딱 한마디 "없다".
큰 냄비에 성대를 반토막씩 잘라 무우와 양파정도만 넣고 간장과 고추가루로 조림인지 찌개인지 모를 그것을 먹으면 어릴때지만 어른들의 큰 밥그릇 소주 한잔을 나도 마시고 싶은 충동이 가득했다.
그 밥을 먹는데 달갱이가 닭가슴살과 같은 맛이라서 바다의 닭이라는 이름, 달갱이가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 먹어도 닭가슴살 식감과 맛이 아주 비슷하다.
흰살 생선은 썩어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상 선어회로 먹어도 무방하다.
그래서 흰살 생선인 이 성대도 활어가 아닌 선어회로 가능하다.
시중에서 즐겨먹는 회비빔밥의 주 단골 재료이기도 하고 매운탕이나 맑은 국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반건조 달갱이를 석쇠에 직화구이로 하면 씹는 식감이 좋다. 잘 말려서 찜을 하면 술 안주로 금상첨화다. 튀김을 해도 맛있는, 그야말로 군내없는 깨끗한 생선이다.
나는 요즘 남파랑길을 탐방하고 있다. 탐방중 점심시간에 준비한 음식이 야채와 성대로 만든 샐러드다. 어쩌다 한번 조합한 음식이 괜찮아서 남파랑길의 시그니처가 되었고, 우연한 계기가 하나의 요리가 되었다.
길을 걸으며 지나치는 횟집의 수족관에서 두눈을 툭 부라리며, 초록빛 날개를 펴고 기어 다니는 성대가 어릴적 고대구리의 맛있었던 달갱이 밥을 회상케 한다.
남해안의 성대 제철은 보통 6월부터라고 한다.
산란기의 생선은 살이 잘 오르고 기름기가 많아 맛의 절정을 이룬다.
다가오는 여름엔 닭 가슴살 맛과 비슷하다고 해서 바다의 닭이라고 했던 이 달갱이로 후라이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