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무거울까. 공허는 없어서 무거운 게 아니다. 있다고 느껴지는데 닿지 않기에 무거운 것. 그것이 공허다.
공허함은 이상한 감정이다. 분명히 없는 건데, 무겁다. 텅 비었는데 쥐고 있는 것 같다. 마음 안 어딘가에 묵직하게 가라앉은 무형의 덩어리처럼 공허는 남아있다. 나는 슬프지도 않은데 울고 싶었고, 배고프지도 않은데 허기졌으며, 지치지 않았는데 지쳐 있었다. 누군가 내게 무엇 때문에 힘드냐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힘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겐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지고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모르는 감정에 휘둘리고…
카뮈는 인간의 본질을 부조리라 말했다. 인간은 의미를 갈망하고 세계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 사이의 간극이 우리를 허무하리만큼 공허하게 만든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꼭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면 또 삶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비참해진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믿어왔던 절대적인 가치들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 무의미와 공허뿐이었다. 나는 의미를 가지려 애썼다. 살 이유, 말할 이유, 사랑할 이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미가 나를 쥐고 흔들었다. 무엇 하나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때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고, 침묵이 내 얼굴을 대신했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하고. 원하지 않았고 고르지도 않았던 시간과 장소, 조건 안에 우리는 의지와 무관하게 내던져진다. 그 던져짐의 자각이 때때로 무를 깨우고, 그 무에서 존재가 드러난다. 공허함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있는데 손에 잡히지 않기에 무겁다.
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때 무게는 생긴다. 그리고 그 무게는, 이상하게도 몸이 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렇다면 이 공허를 어떻게 견뎌야 할까. 어떻게든 메워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껴안아야 할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이 공허조차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다. 공허는 없는 감정이 아니라 끝까지 말해지지 못한 감정이었다. 나는 그 말들을 이제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