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 받지 못해서 아픈 게 아니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 내가 너무 서러웠던 거다.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을 오래 좋아했다. 너를 처음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아닌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작은 말버릇을 기억하고, 어디가 불편한지 눈치채는 그 모습에 그런 다정이 나에게도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조용히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네 앞에서 내 감정을 조금씩 다려내기 시작했다. 말끝을 부드럽게 고르고 말수도 조금 줄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좋아하는 걸 먼저 말해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고, 네가 선호하는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기 위해 내 감정을 조용히 접었다.
너는 그런 나를 편해했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고.
"너 단 게 좋다지 않았어?"
"응. 근데 늘 먹는 건 좀 그렇잖아."
너의 말끝이 가볍게 흐려지는 순간조차도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너는 단 걸 좋아한다면서 아메리카노만 마셨고, 비가 좋다면서 늘 우산을 챙겨다녔다.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 말이 가끔은 무섭게 느껴졌다.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단 한 번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던 너.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지, 요즘은 어떤 감정으로 버티고 있는지, 너는 묻지 않았다.
나는 늘 궁금했다. 내가 너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얼굴로 기억될까. 이 만남이 귀찮은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설레는지. 한 번이라도 너는 어떠냐고 내게 물어준 적이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오래 무너져 있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늘 내가 먼저 물었고, 너는 주로 대답했다. 그 대답은 다정하고 때로는 웃기기까지 했지만 단 한 번도 나를 향해 되돌아온 적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는, 나를 편안해했을지 몰라도 궁금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무관심을 애써 뒤집으며 기억에 남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말을 줄이고, 온도를 맞추고, 존재를 작게 만들면서.
나는 너를 좋아하면서 내 안의 나를 점점 밀어냈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너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을 정말 오래, 아프게 좋아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나를 잊었어도 나는 아직도 그 무심한 말들 속에 혼자 새겨넣었던 마음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혼자 쓴 긴 독백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