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며 노를 젓고 싶었다

제조업 개발 2편

by 만달

제조업 개발 1편

에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기획, 계획, 실행, 피드백, 4단계로 나눴다. 개발은 웬만하면 다 한다.


하는 일

부서마다 다른데 나의 부서가 맡은 고객사는 3D 모델까지 기획하고 나서 의뢰를 했다. 따라서 나의 직무는 제품을 구현해 낼 조립 과정을 설계하고, 자재와 기구를 설계 및 준비하며,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오퍼레이터들을 교육하고 감독하면서 조립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을 분석하여 수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정리하면 기획 빼고 다 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팀, 자재와 기구를 구매하는 구매팀, 운송 포장을 담당하는 포장팀, 신뢰성 테스트를 담당하는 팀, 그리고 해외 통관을 담당하는 협력사 등 많은 유관 부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하는 일이었다.


구직 tip

과거 제조업 공채는 누구를 뽑든 일을 가르쳐야 했다. 전공 지식이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래서 말귀를 잘 알아들으면서 교육을 받고 직무에 익숙해지는 동안 그만두지 않고 오래 일할 사람을 원했다. 학벌과 학점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줬다. 과제 마감 기한을 성실히 지켰다는 증거,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 말이다. 그리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 힘들다고 그만두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직무)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요즘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사람보다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력직을 선호한다.


느낀 점 : 퇴사 tip

제조 기업은 배와 같다. 갑판 위에 있는 선장실에서는 목적지와 방향, 속력 등을 결정한다.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하는 역할이다. 청소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항해할 때 필요한 물품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도 필요하며, 국경을 넘을 때는 관련 신고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가 물리적으로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노를 젓거나 석탄을 들이붓는 사람들도 필요한데, 제조업 개발 직무가 바로 그 사람들이다.

노를 젓거나 석탄을 때는 곳은 저기 저 밑, 지하에 있다. 그곳에서는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암초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시키는 대로 저을 뿐이다. 물론 경험이 쌓이면서 노를 젓는 요령이 생긴다. 소수는 노를 잡는 그립을 바꾸거나, 효율적인 노를 개발하거나, 노를 저을 때 느껴지는 물살에 조류의 변화를 예측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갑자기 틀어버리는 방향 전환과 목적지까지 시간 내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더욱더 힘차게, 쉼 없이 노를 저어야 할 뿐이다.


퇴사하기 전에

퇴사한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지만, 다시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직무 이동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본인의 인사고과를 위해 퇴사를 막으려는 윗분과의) 퇴사 면담을 할 때가 되어서야 회사에 있으면서도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팀이동이 아닌 퇴사의 경우만 보고 살았으니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어찌나 좁은 시야로 살고 있었단 말인가. 퇴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팀이동으로 주변 환경 변화를 고려해 보기를. 회사 안은 전쟁터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 진짜다.


+a

필요악,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닐 수도

본받고 싶지 않은 선배 중에 협력사와 통화를 할 때 욕을 하는 선배가 있었다. 잘못된 자재가 납품이 되어서 협력사와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셨다. 생신입이던 시절, ‘뉴스에서만 보던 횡포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스스로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보니 모두가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변경 사항은 여러 번 확인하고, 마감 기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순위이며,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미리 연락하는 것이 함께 일하는 것에 있어 당연한 것이라고,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건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촉박하다 보니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 어쨌든 함께 일하고 있으니 함께 해결방안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게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일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선배가 화를 내고 욕을 하면, 협력사의 실수가 줄었다. 일정을 맞추고 미리 연락을 해서 조율을 하는 것도 느껴졌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더니.. 솔직히 그 선배와 함께 일하면 오히려 나는 편했다. 반대로 내 고객이 까다로울수록 나 또한 하나라도 더 챙기는 것이 느껴졌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고객인 상황, 고객으로서 요구할 사항은 매섭게 요구해야 함을 배운 경험이었다. 물론 욕설은 지양하고, 품격 있는 재촉 방법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심지어 식당이나 공연장 등 고객의 위치에서 나의 요청 사항을 요구할 때도 말이다.)

지금도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매섭게 교칙을 준수하는 학생 주임 선생님을 보면 그 선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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