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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 Apr 28. 2022

Teacher Aide - The first Day

열정이 샘솟는 첫 날.

처음이란 늘 설레고 흥분되고 긴장되고 약간은 무서운 법이지. 

학교가 바쁜 관계로 지난주가 아닌 이번 주 그러니까 오늘부터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러준 대로 4가지 영역에 보조 선생님이 배치되는데 오늘은 프렙부터 Year 5까지 리딩클럽 수업에 참관했다. 티처 에이드를 실습할 때 여러 반을 돌아다니게 되면 불편한 점이 많다고 들었다. 선생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요청사항이 있을 때 혼란스럽다고 실습을 먼저 시작한 같은 반 학생들이 말해왔다. 나는 오늘 리딩클럽을 담당하고 계시는 한 보조 선생님의 로스터에 따라 프렙부터 Year 5까지 수업참관을 했다. 파닉스부터 책 읽은 후 패러 프라이징, 서머 라이징 하는 단계까지 골고루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명이 전담하여 나를 트레이닝 시키니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들었다. 동시에 나 때문에 말을 두 배로 해야 하는 보조 선생님께 미안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늘 새로운 곳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교실의 풍경이 낯설고 신선했다. YEAR 1, 2는 바닥에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도 있었고, 집중이 어려워서 돌아다니게 되면 크게 강요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소파도 마련돼 있었고,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호주에서는 대부분 도시락을 싸다니는데 교실에 냉장고가 배치되어 있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각 교실에 전화기와 책가방을 따로 넣어두는 사물함이 있었고 책상에 서랍이 당기고 밀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YEAR 5는 고학년이다 보니 자리에 잘 앉아있고 크게 떠드는 아이들도 없었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있으면 쓰레기통에 가서 자유롭게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굉장히 권위적인 환경의 학교에서 자란 나는 문화적 충격이었달까.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나이가 어린,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쓰레기를 버리러 왔다 갔다 했는데,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토대로 아이들을 바라보니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니 배우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배웠던 대로 불안감이 높은 아이,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 그리고 한 반에 한두 명씩 에보리지널을 볼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수업을 매번 빼먹다가 오늘 오랜만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읽는 책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보조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손가락을 짚어가며 책을 읽고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정말 진짜 아이들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예쁘다.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을 걸어올 때는 입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학교에서 나를 MISS Amanda라고 부른다. 실습을 시작한다고 하니, 오~ 미스 아만다!라고 불리겠네!라고 말했던 직장동료가 떠올랐다. 


점심시간에 선생님들이 한 반에 35명 배정되고 제일 작은 클래스룸에서 수업을 한 적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생님들을 비롯한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지쳐있는 표정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다정하고 친절했다.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운동화 끈도 묶어주고, 눈이 마주치면 같이 웃고, 내 옆에 가까이 앉아서 책을 읽으며 자신이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쌍따봉을 날려주었고, 아이는 매우 행복해했다. 아이들의 기분이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게 정말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다.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친구를 호명했을 땐 실망하는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눈에 모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직접 리딩클럽을 진행하게 되면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YEAR 3에서 읽은 책은 호주의 아주 유명한 안과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조 선생님이 눈이 안 보인다면 어떻겠어? 진짜 별로겠지? 완전 awful이야라고 말해서 사실 속으로 좀 놀랬는데, 학생 중 한 아이가 "우리 이모 블라인드에요 그래서 전에 길을 걸을 때 제가 도와준 적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 좀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책을 읽을 때 진도를 빼는 것보다는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 전에 책을 미리 볼 수는 없고, 그날 박스에 들어있는 책을 보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 안에는 티처 가이드가 들어있는데, 한국에서 YBM 학습지 선생님을 했을 때 지도했던 리딩 티칭 스킬과 매우 흡사했다. 뭐 보통 책 읽기 훈련이라는 것은 책 표지에 나오는 그림과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짐작해 보는 것, 그리고 콘텐츠, 그로서리 등등 책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살펴보고 책 읽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책을 모두 읽은 후 어떤 내용이었는지 세네 문장으로 패러 프랫이 징을 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수업 진도를 급하게 빼야 하는 어떤 선생님 덕에 30분의 여유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하... 케케묵은 먼지를 마시며 책을 정리하는 기분이란. 진짜 그 자체로도 힐링이었다. 


아주 즐기고 있다며, 굉장히 익사이팅하다고 했더니, 도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니가 좋다고 하니까 다행이라고 말을 전했다. 


8:30에 시작해서 2;30에 끝났다. 시작할 때 긴장하고 뻘쭘했던 기분은 마칠 시간이 되자 이완되고 편안해졌다. 다음 주에는 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으니 더 익숙해지겠지. 함께 돌아다니며 참관을 했더니 복잡해 보이던 건물들도 파악이 쉬웠다. 첫날이라 더 그렇겠지만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과 동시에 리딩클럽은 나름 경험이 있다는 기분이 들어 자신감도 생겼다. 


갈 길이 멀다. 하나씩 차근차근해보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분이란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샘솟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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