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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04. 2023

술 취한 바텐더가 보는 세상 이야기

시작에 앞서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자연의 법칙이 대체로 타당하다는 것과

어떤 합당한 이유로 모든 곳에서 

얼마간의 알코올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식물과 나무에 존재한다.

인간 내에 어떤 종류든 알코올이 상당한 수준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도

자연의 계획임이 분명하다

- A. P. Herbert(1956)




 의사도 아플 때가 있다. 경찰도 법을 어길 때가 있으며, 바텐더도 취할 때가 있다. 매장의 오너나 직원이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순간 손님들에게 신뢰는 떨어지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될 수가 있다. 물론 손님들은 매장 오너와 직원들과 함께 술잔을 나누며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고 가끔은 그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적당히 받아주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매상도 좋아지겠지만 절대로 취해서는 안된다. 


 내가 말하는 '취함'은 눈이 풀리고 혀가 꼬이며 칵테일을 제대로 제조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반복되다 보면 당신의 업장은 진상인 단골과 파리로 채워질 것이다.


 나는 업계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십중팔구는 술 때문이다. 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술 때문에 떨어져 나간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술은 잘못 마시면 마약이나 다름없다.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고 적당할 줄 모르게 되며 쓸데없는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바텐더는 술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신중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이 술을 손님에게 돈을 받고 제공하면서 긍정적인 작용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텐더의 일이다.


 외형을 단정하게 갖추고 다니고, 항상 겸손할 것이며, 다른 업장에 가서 취해 흐트러지지 않고, 다정하고 친절한, 소위 '젠틀'한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을 바텐더들은 기본 소양처럼 생각하고 있다. 물론 모범이 되어야 하는 모든 직업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바텐더는 술을 다룬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자기 관리와 술이 병행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업계에는 주량이 약하고 술을 잘하지 않는 바텐더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술 취한 바텐더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격식을 차리느라, 직업윤리를 지키느라, 모범적인 바텐더가 되려다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취한 상태라고 가정하고(물론 정말로 취해서 쓸지도 모른다.) 시원하게 이야기해 볼 것이다. 

 업계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 말 못 할 사연들, 손님에 관한 이야기, 어찌 보면 험담이 될 수도 있는 어두운 이야기, 감춰진 민낯 등등 바텐더나 업계에 관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주변에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 업종이나 관련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집 근처 동네, 단골로 종종 가던 나만 알고 싶은 조용한 바, 그곳의 실력 있는 멀끔한 주인장이 어느 날 왠지 모르게 이상하리 만큼 취해서 헛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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