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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17. 2023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아마레토' 이야기

홈텐딩 퀄리티 높이기

홈텐딩을 할 때 쉐이킹 칵테일을 만들기에는 여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텐더들은 출근하면 제빙기는 물론 업체에서 온 양질의 얼음도 있고, 셰이커나 스퀴저 등 바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고, 매일매일 레몬이나 라임 등 신선한 과일이 매장에 배달되어 있다.


출근하고 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음.. 최근 화이트레이디 만든 지 좀 됐는데 손이나 풀어볼까?'


하면서 글라스를 확인하고 레몬을 착즙하고 레시피를 계량하고 얼음을 넣어 뚝딱뚝딱 쉐이킹 해서 테이스팅 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간단하게 빌드나 스터기법을 이용한 칵테일을 주로 다루게 될 것이다. 물론 빌드와 스터가 쉽다는 표현은 절대 아니다. 쉐이킹보다는 상대적으로 구비할 재료와 도구가 간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큐르 하나만 있으면 여러 가지 칵테일을 해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아마레토(Amaretto)'를 소개하고자 한다. 술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젠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리큐르다. 살구씨를 기본으로 같은 장미과 열매의 씨인 아몬드나 체리 등의 달콤하고 고소한 뉘앙스가 특징이다.


▲ 디사론노 아마레토의 여러가지 리미티드 버전


이 술의 유래가 꽤 로맨틱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석제자 '루이니'라는 화가가 사론노 지방의 성당에 벽화를 그릴 때의 이야기다. 성당 벽화라는 게 작업기간이 길다 보니 어느 여관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루이니는 당시 머물던 여관의 주인(혹은 그의 딸)을 마음에 품게 된다.


루이니는 벽화의 성모마리아를 그릴 때면 그녀를 떠올리며 그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루이니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비롯한 여러 작품의 여성상은 여관주인의 모습이 투영되곤 했다.


여관주인이 루이니의 '뮤즈'가 된 셈이다.


평론가들은 루이니의 작품의 여성상은 모두 비슷한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가난하지만 청초하고, 정숙하며 아름답다.' 여관주인은 루이니에게 결국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여관주인은 그를 위해 달콤한 맛의 리큐르를 직접 만들어 보낸다. 그것이 현대 아마레토의 기원이 되었다.


이러한 달달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 아마레토는 '사랑의 리큐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그에 걸맞게 오리지널 아마레토를 만드는 '디사론노'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콜라보레이션이나 리미티드 발행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초콜릿과도 잘 어울리다 보니 '알렉산더'라는 칵테일은 워낙 유명하고, 티라미수등 디저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리큐르 이기도 하다.


이 리큐르를 이용하여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칵테일을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는 '갓파더(God Father)'이다.

블렌드스카치 혹은 버번 50ml 정도에 아말렛 10~15ml 정도면 충분하다. 마셔보고 본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조절하면 된다. 술이 아쉬우면 술을 더 넣고, 너무 독하면 아마레토를 더 넣고. 


다른 풍미를 더하고 싶다면

 - 피트위스키, 앙고스투라비터, 오렌지 한 조각, 시나몬스틱, 등을 적절히 사용해 보자.


개인적으로는 조니워커 블랙라벨이 갓파더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일단 구하기 쉽고, 특유의 피트하고 묵직한 느낌이 '갓파더'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두 번째는 '프렌치 커넥션(French Connection)'이다.

앞서 설명한 갓파더와 구조가 똑같다. 코냑 50ml에 아마레토 10~15ml 정도면 된다.


갓파더보다는 좀 더 과일향의 뉘앙스가 도드라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코인트로나 그랑마니에 같은 오렌지리큐르를 추가로 사용해도 좋고, 마무리로 레몬이나 오렌지의 껍질을 짜서 에센스를 추가하면 정말 좋지만 '필러'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과일 껍질의 향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칼로 껍질을 얇게 도려내도 괜찮은데, 테크닉이 부족하다면 도려내는 도중에 에센스가 다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보치볼(Bocce ball)'이다.

갓파더와 프렌치 커넥션을 마시기엔 도수가 높다라고 생각된다면 이 칵테일을 추천한다. 

레시피는 글라스 용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드카 30ml~45ml

아마레토 10m~15ml

오렌지주스 100ml~120ml 


정도로 하면 괜찮다. 처음엔 보드카 30으로 먼저 해보고 아쉽다면 그 이후에 45로 해보길 권한다. 취향껏 레시피를 조절하는 것은 이제 즐거운 일이길 바란다.


바텐더들은 본인 업장에서 사용하는 하이볼 글라스에 어떤 얼음을 얼마큼 넣었을 때 음료량이 얼마큼 들어가는지 이미 계산이 다 되어있기 때문에 즉석에서 칵테일에 들어갈 재료의 용량을 설정하는 게 어렵지 않다.


집에 있는 글라스에 얼음을 채워 글로 배운 레시피를 적용했을 때 잘 맞으면 참 좋겠지만, 모자라거나 넘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수정해 보면 감이 올 것이다. 역시 뭐든 해봐야 느는 법이다.




'아마레토'역시 바에서는 필수적으로 구비되어야 할 리큐르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친숙한 맛에 높은 도수의 칵테일도 만들 수 있고, 달콤한 어린아이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 


쉐이킹이 가능한 상황을 가정하고 다음 편엔 '아마레토 사워'와 '알렉산더'의 레피시를 다룰 예정이다. 업계 종사자이든 홈텐더이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칵테일이다. 게다가 카페에서도 다루기 정말 좋은 리큐르이며, 심지어는 디저트와 제빵을 하는 매장에는 분명히 깔루아와 럼과 함께 이미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아마레토는 범용성이 좋고 잠재력도 좋은 리큐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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