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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18. 2023

키오스크, 그 쓸쓸함에 대하여

어느 바텐더의 시선으로 본 세상 이야기

요즘 식음료 매장에 키오스크가 점점 많이 보인다.


잘 운영되던 매장에 새로 들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오픈하는 업장에는 키오스크를 아예 디폴트로 잡고 손님 동선이나 테이블을 세팅하고, 인건비도 키오스크를 고려하여 책정 하는것 같다.


애초에 키오스크를 쓸 작정으로 매장이 설계되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가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루는 돈가스가 먹고싶어서 동네에 새로 오픈한 일식 돈가스집에 들어갔다. 문을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키오스크가 먼저 날 반겨준다. 테이블을 먼저 잡고 주문을 하기 위해 다시 키오스크로 간다. 키오스크 옆에 물과 음료과 보관된 냉장고와 셀프바가 있고 안내문이 함께 쓰여있다.


<물과 음료, 반찬은 셀프>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손님이 들어 온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주방쪽에서 '띵동'하는 벨소리와 함께 손님이 온것을 인지하고 주문을 확인한후 조리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MBTI가 내향인인 사람으로서 굳이 소모적인 인사나 대화가 없는편이 좋기도 하다. 내 목적인 '식사'혹은 더 원초적으로는 '배채우기'가 달성되면 크게 상관이 없긴하다. 


다만 음식에 관해 궁금한게 생길때 물어볼곳이 없는게 불편하다. 키오스크 화면으로 메뉴를 슥 보면서 디테일하게 메뉴를 고르기가 어렵다. 이렇다 보니 보통은 그냥 매장을 대표하는것 같은 첫번째 메뉴나 추천이 되어 있으면 그쪽을 고르는 편이다. 매장의 메뉴를 온전히 이해하는것은 포기하게 된다.


분명히 업장 입장에서도 손해가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손님의 의중과 니즈를 파악하거나 불편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식사 후에는 만족스러웠는지 불만족스럽다면 원인이 무었인지 알수가 없다. 피드백은 거의 '배달어플'을 통해서 받게 되는 것 같다.




키오스크에는 배려가 없다.


외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 기기가 너무 많아 외국인들은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식당에 들어 왔는데 키오스크라는 장벽에 막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 약한 고령층 또한 키오스크에 막혀 외식을 포기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뒷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중장년층의 디지털 교육이나, 디지털 약자 배움터 설치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지경까지 왔다.


도무지 사람 냄새가 나질 않는다. 


바텐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bar에서 이루어지는 접객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알고 있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며 자리를 안내하고 우리 업장에서 판매하는 메뉴에대해 간략하게 소개 해주고 이 매장을 어떻게 이용하는 안내하는일은 서비스업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지만 손님은 매장을 이해함으로써 메뉴를 어떻게 주문할지, 본인이 이 매장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손님으로 온 본인이 환대 받는 기분도 들고 더욱 기분좋은 식사를 즐길수 있다.


키오스크가 분명 여러가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손님이 매장에 들어 왔는데 인사도 없이 키오스크로 모든것을 때우려는 사회 분위기가 참 안타깝다. 더 나아가 서비스 업계의 '접객'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질까 겁이 난다.



점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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