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으로 하여금 아깝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라!
우리는 종종 진행 중인 일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너무 지나와 버려서, 혹은 그동안의 노력이 아까워 중간에 포기를 못하고 끝까지 끌고 갈 때가 있다. 주식의 가격은 계속 하락만 하고 오를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도, 과감히 손절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 본 경험, 아주 오랜 시간 만난 연인이 나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간의 시간과 추억이 아쉬워 헤어지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간 경험 등과 같이 말이다.
이와 같은 행동을 ‘매몰 비용 효과’라 한다. 매몰 비용은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며, 다른 용어로는 함몰 비용이라고 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도 쉽게, 또 자주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매몰 비용의 효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내가 투자한 돈, 시간, 정성 등이 손실로 마감되는 것을 지나치게 못 견뎌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한 일이 틀렸거나 에러였음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고 해당 일에 관대해 지거나 좋은 충고 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엔 나의 선택과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심리적 기재(Need for Justification)와 자신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낭비하는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Avoid of wastefulness)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매몰 비용 효과에 빠지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개인 입장에서 매몰 비용 효과는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강력하고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영업에서 매몰 비용 효과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고객을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 단단히 묶어 놓을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매몰 비용 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몇 가지 꿀팁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1. 고객의 과거와, 해왔던 것을 찬탄해 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옳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과거 지향적인 경 향을 띄게 되며 과거를 실제보다 더 좋게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과 같은 드라마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생활모습들과 이웃들 간의 따듯한 정, 디테일한 소품들을 통해 그 당시를 살았던 시청자들에게 그리움을 안겨주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아 맞아, 그 시절이 참 좋았는데…’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드라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칭찬해 주고, 아름답게 포장하여 찬탄해 준다면 사람들은 반응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이미 흘러간 시간은 매몰 비용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정당화시키려는 심리적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즉‘당신의 과거는 훌륭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이는 특히나 우리 나라와 같이 중, 장년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노스텔지어를 마케팅과 영업에 이용하는 것이다. 고객을 대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유도해 보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에도 이런 노스텔지어를 입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과거는 멋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과 함께 하는 앞으로의 시간도 더욱 멋질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각적인 인테리어, 복고풍 배경 음악 등을 활용해 보기도 하고, 일부러 과거와 연결된 마케팅 메시지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2. 고객을 매몰 비용에 묶어 놓도록 하자
쿠폰과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고객 유지 방법 중 하나이다. 고객은 마일리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용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매몰 비용 효과와 함께 손실을 싫어하는 본능적인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즉, 한 번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이익, 혜택에 대해 잃어버리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고객으로 하여금 돈과 수고를 지불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절한 쿠폰과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칼럼에서 소개한 츠카다 농장의 승진 시스템이나 러시의 배지 어워드 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좋은 착안 사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객이 매몰 비용 효과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혜택이 이익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여기에 경쟁이나 재미 요소가 들어가면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 및 헬스 분야인 경우, 유저의 지속적인 참여와 끈기가 필요하다. 매몰 비용 효과를 이용해 본다면, 고객이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성과를 늘 확인할 수 있도록 간편한 앱이나 SMS 서비스를 추가해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의 수고가 아까워지도록 하여 동기를 유발하여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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