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워라, 충격이 올라오지 못하게
#타겟 부위: 4축 전체 (사회라는 횡력이 어느 축을 가장 크게 밀어내는가)
#현재 상태: 건물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크기를 한 번도 계산하지 않음.
#시공 목표: 외부 풍압의 정체를 파악하고, 면진 장치를 설치하여 횡력에 저항하는 여유도를 확보함.
남들과 비교당할 때, 이상하게 기분이 무너진 적이 있습니까.
그건 약해서가 아닙니다. 옆에서 맞는 힘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는 비가 아닙니다.
바람입니다.
태풍이 불 때 타워크레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크레인 기사는 퇴근하기 전에 크레인의 회전 브레이크를 풀어놓고 내려옵니다.
바람 부는 대로 크레인 헤드가 팽이처럼 휙휙 돌아가게 내버려 둡니다.
(클릭하면 태풍에 돌아가는 크레인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람을 힘으로 이기려고 브레이크를 잠가두면, 붐대(크레인 팔)가 꺾여버리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싸우면 부러집니다. 흘려보내야 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둥(가족)과 보(파트너)를 다뤘습니다.
이것들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중력,
즉 수직 하중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높아지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힘이 때립니다.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
현장에서는 이것을 횡력(Lateral Load)이라고 부릅니다.
바람이 때리는 풍하중(Wind Load)과
땅이 흔드는 지진하중(Seismic Load)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횡력이 불어옵니다.
"네 나이쯤 됐으면 아파트는 있어야지."
"남들은 벌써 승진해서 팀장 달았더라."
"요즘 트렌드는 이거라는데, 넌 안 해?"
사회의 압력, 타인의 시선, 유행, 비교.
이것들은 설계도에 없던 힘입니다.
예고 없이 당신이라는 건물을 옆으로 강하게 후려칩니다.
결국 불안이 회전하며 스스로 커지는 결과를 만듭니다.
오늘 다루는 것은 내 안의 문제가 아니라
밖에서 주어지는 하중, 그중에서도 통제 불가능한 외부 조건입니다.
사회의 바람이 나에게 얼마나 강한 압력(풍압)으로 작용하는지, SPIM으로 갭을 잽니다.
이번에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가상의 기준과 나를 비교합니다.
[ 해석 (나-사회) ]
#S (감도): ②-④, 2칸 차이. 유행에 뒤처진다는 압박감.
#P (출력): ③-⑤, 2칸 차이. "더 빨리 성공하라"는 압박감.
#I (통찰): ③-④, 1칸 차이.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압박감.
#m (질량): ②-④, 2칸 차이. 남들보다 가진 게 없다는 압박감.
이 갭이 클수록, 당신이 맞는 바람의 세기는 거세집니다.
여기서 2부의 핵심 원칙을 꺼냅니다.
"내부 = 원인, 외부 = 조건".
바람(외부)은 잘못이 없습니다.
바람은 그저 불 뿐입니다.
건물이 흔들리고 금이 간다면
그것은 바람 탓이 아니라,
바람을 견디게 설계하지 못한 건물의 내부 원인 때문입니다.
단, 오해하지 마십시오.
내부 원인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아직 시공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5화에서 멘탈이 흔들릴 때 TMD(동조 질량 댐퍼)를 달았습니다.
TMD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온 진동을
꼭대기에서 함께 흔들리며 태워 없애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압력은 스케일이 다릅니다.
몸으로 다 받아내면 죽습니다.
그래서 아예 다른 공법을 씁니다.
면진 장치(Base Isolation)입니다.
면진(免震)이란 지진을 면한다는 뜻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초와 건물 사이에 두꺼운 고무 패드를 끼워 넣어,
건물을 땅으로부터 살짝 띄우는 것입니다.
땅(사회)이 미친 듯이 흔들려도
그 흔들림이 고무 패드에서 미끄러져 건물 위로는 올라오지 못합니다.
사회의 기준은 땅이고 내 삶은 건물입니다.
이 둘이 시멘트로 단단히 붙어 있으면 땅이 흔들릴 때 건물도 박살 납니다.
"남들의 삶은 그들의 지반 사정이고,
나는 내 건물을 짓는다"는 선언이 면진의 시작입니다.
땅과 나를 심리적으로 끊어내십시오.
누가 "너 그렇게 살면 안 돼"라고 바람을 넣으면
맞서 싸우지 마십시오.
부러집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고 유연하게 흘려보내되,
내면의 중심은 옮기지 않는 기술입니다.
타워크레인이 바람에 헤드를 돌리는 것과 같습니다.
면진 장치 안에는 스프링처럼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만드는 복원력이 들어 있습니다.
1부에서 쌓은 당신의 자중이 바로 이 복원력입니다.
잠시 흔들려도
당신의 자중이 무겁다면, 바람이 지난 후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사회의 바람을 모두 맞아주는 건 건물의 의무가 아닙니다.
안전한 건물은 강한 바람에 맞서지 않고 미끄러지며 힘을 흘려보냅니다.
모든 충격을 뼈로 받아낼 필요가 없습니다.
전달되지 않게 끊어내십시오.
면진 장치 시공 완료.
안전 제일.
[다음 공정 예고]
횡력 저항 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
이제 골조 공사가 마무리되어 갑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부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굳는 시간, 즉 양생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시간과 세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14화. 양생과 탈형: 세력이라는 설계 외 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