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뚫으면 연결부, 나중에 뚫으면 상처
# 타겟 부위: I (통찰)
# 현재 상태: 내 도면과 일정만 보고 달리다가, 타 부서의 배관 경로를 확인하지 못해 충돌 발생.
# 시공 목표: Overlay(도면 겹침) 기법으로 간섭 지점을 찾고,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슬리브를 매립한다.
현장에서 이 말이 나오면 이미 늦었습니다.
콘크리트는 굳었고, 배관은 지나가야 하고,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코어 드릴'을 가져와서 뚫어야 합니다.
굉음, 먼지, 진동. 무엇보다 드릴 날이 콘크리트 속의 철근(신뢰)을 끊어먹을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약해집니다.
조직에서도 이 말이 나오면 이미 관계를 깨고 있는 겁니다.
"몰랐는데요"는 면죄부가 아니라, 조율 실패의 자백입니다.
건물 한 층에 배관팀, 전기팀, 통신팀이 동시에 투입됩니다.
각자의 도면은 정확합니다. 각자의 공정도 맞습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복도 천장 한복판에서 세 팀의 관이 만납니다.
배관이 지나갈 자리에 전선 트레이가 먼저 깔렸고, 통신 덕트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서로 비키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간섭 1건이 발생하면 재시공으로 하루가 밀립니다.
팀이 3개면 충돌 가능성은 3이 아니라 3의 제곱인 9입니다.
인원이 늘수록 충돌은 제곱으로 증가합니다.
이것이 MEP(기계·전기·배관) 간섭입니다.
당신의 조직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획팀의 일정, 개발팀의 일정, 운영팀의 일정. 따로 보면 다 맞습니다.
그런데 겹치는 순간 셋 다 멈춥니다.
그래서 결국 밤 11시에,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세 개를 억지로 끼워 맞춥니다.
야근입니다.
간섭은 누군가의 실수가 아닙니다.
도면을 겹쳐 보지 않은 구조의 문제입니다.
간섭 하나가 일정을 밀고,
밀린 일정이 다음 팀과 다시 충돌하고,
그 충돌이 또 다른 지연을 낳습니다.
이 루프는 스스로 커집니다.
10화의 눈덩이와 같습니다.
1화의 플러터, 10화의 눈덩이, 그리고 지금 이 간섭 루프.
구조는 같습니다.
나와 가장 자주 부딪히는 동료(또는 팀) 한 명을 떠올리십시오. 5칸 눈금으로 점수를 매겨 보십시오.
[ 해석 (나-상대) ]
#S (감도): ③-③ , 차이 없음, 감정적 충돌은 아님.
#P (출력): ④-③, 1칸 차이, 속도 차이는 있음.
#I (통찰): ④-②, 2칸 차이, 나는 전체를 보는데, 상대는 자기 것만 봄.
#m (질량): ②-③, 1칸 차이, 상대의 입지가 더 무거울 수 있음.
I축(통찰) 2칸 차이. 이것이 간섭의 원인입니다.
나는 전체 공정표를 보고 있는데, 상대는 자기 배관 도면만 보고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입니다.
I축은 머리가 좋은 게 아닙니다.
'일어나기 전에 겹침을 보는 힘'입니다.
상대 팀을 탓하기 전에("왜 앞을 안 봐?"), 내 배관이 간섭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투사(Projection)라고 하지만, 공학에서는 책임 회피라고 합니다.
남 탓은 가장 빠른 회피이고, 가장 느린 해결입니다.
현장에서는 구조 도면 위에 설비 도면을 트레싱지처럼 겹쳐 봅니다.
그러면 빨간색 충돌점이 보입니다.
조직에서도 같습니다. 상대의 이번 주 일정과 내 이번 주 일정을 한 장에 펼치십시오.
회의, 마감, 출장을 같은 시간축 위에 올리십시오.
따로 보면 안 보입니다.
한 화면에 겹쳐서 보는 순간, 충돌이 보입니다.
보이면 피할 수 있고, 피하면 구조를 깨지 않습니다.
슬리브란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 미리 묻어두는 빈 관(플라스틱 파이프)입니다.
나중에 배관이 지나갈 자리를 확보해 두는 것입니다.
콘크리트가 굳고 난 뒤에 뚫으면 상처지만, 굳기 전에 묻어두면 기능입니다.
대화도 같습니다.
결정이 굳기(타설) 전에 한마디 하십시오.
"다음 주 수요일, 내 배관(업무)이 그쪽을 지나갑니다. 자리 좀 비워주세요."
이 한 문장이 수백만 원짜리 코어 드릴 작업을 막아주는 슬리브입니다.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 점검하십시오.
이 배관은 상대가 필요한 것입니까, 내가 깔고 싶은 것입니까.
상대에게 필요 없는 관을 먼저 묻어두는 것은 슬리브가 아니라 침범입니다.
현장에서는 매일 아침 관련 팀 반장 3인이 모여 딱 5분간 조율합니다.
안건은 단 하나: "오늘 누구의 일이 어디를 지나가는가."
이 회의의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거기 있는지(좌표) 확인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같습니다.
주 1회, 딱 5분. 메신저도 좋습니다.
"이번 주 내 일정 중 당신과 겹치는 것이 있습니까?"
이 질문 하나가 간섭의 80%를 제거합니다.
슬리브는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만 묻을 수 있습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랑할 때 자리를 만들어 두십시오.
굳은 뒤에 뚫으면, 필연적으로 구조(신뢰)가 다칩니다.
지금 당신의 벽을 뚫고 들어오려는 배관은 몇 개입니까.
I 눈금은 몇 칸입니까.
이번 주 연결슬리브는 묻어 두셨습니까.
측정하면 보입니다.
보이면 뚫지 않고도 지나갈 수 있습니다.
접합부 시공 완료.
안전 제일
[다음 공정 예고]
기둥 세우고, 보 올리고, 배관도 깔았습니다.
이제 건물 바깥으로 나갑니다.
건물 밖에는 설계도에 없던 힘이 불어옵니다.
사회적 압력, 유행, 비교라는 이름의 거대한 풍압
당신의 건물은 이 바람에 맞섭니까, 아니면 흘려보냅니까?
제13화. 풍하중 저항: 사회라는 보이지 않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