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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Jan 07. 2021

겁쟁이 쫄보 고양이 삼색이 임시보호 06_마지막 이야기

2020 코로나,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져온 색다른 일상

지난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mandle-suri/53


이렇게 길게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벌써 삼색이 여섯 번째 이야기다. 오늘은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삼색이가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좋은 가족에게 입양을 가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 되었겠지만, 삼색이는 2월 28일에 작업실로 와서, 2달 후 인 5월 3일에 작업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해버렸다.


난봉이라는 수컷 고양이가 매일같이 작업실 주변을 돌며 구애의 울음을 울던 4월 말이었다. 원래 쓰던 큰 케이지를 청소하려고 잠시 작은 케이지에 옮겨둔 사이, 삼색이는 작은 케이지에서 탈출을 시도하여 성공해버렸다. 이틀 동안 작업실 공간을 마구 뒤져가며 열심히 찾았지만 삼색이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지면서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회사로 출근할 기미가 보이자, 출근을 하면서 삼색이를 돌보는 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조금씩 하던 차였다. 두 달이 넘어가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여전히 경계하는 삼색이가 솔직히 조금은 미운 마음도 생겨났다. 우리의 이런 마음을 눈치채고 삼색이가 스스로 탈출을 결심한 건 아닌지, 삼색이를 찾으면서 죄책감도 함께 올라왔다. 지난번 탈출 때 발견했던 소파 밑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삼색이가 사라지고 그 다음날과 다다음날, 아침에 혹시 몰라 작업실에 내려가 보면 뭔가 흔적이 느껴졌다. 바닥에 고양이 발자국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고양이 털도 나뒹구는 느낌이 들어 삼색이의 빈자리가 이런 식으로도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작업실 친구와도 삼색이가 아직 안에 있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그런데... 비앤비 손님이 저녁에 돌아와서는 삼색이를 찾은 거냐고 물어보았다. 삼색이는 작업실 안에 있고 난봉이가 밖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걸 봤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작업실로 내려가 보니 작업실 의자에 삼색이가 앉아있었다!! 좁은 케이지가 답답했던 걸까, 그래도 밥 주는 우리가 완전히 싫어져 버린 건 아닌 것 같아 안도하며 일단은 포획틀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난번 삼색이를 잡으면서 서로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작업실 공간을 그래도 편하게 여기는 거라면 답답한 케이지보다는 작업실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꽁꽁 숨어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얼굴을 드러낸 삼색이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작업실에 있는 낮 동안에는 삼색이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는 모래에 변을 봐 둔 것을 확인하며 어딘가 숨어있는 삼색이의 존재를 확인했다. 숨바꼭질의 달인과의 기이한 동거가 며칠 지났을 때였다. 부엌 쪽 창문의 방충망이 열려있었다. 이럴 수가.. 삼색이가 창문 여는 스킬을 가진 고양이인지 미처 알지 못했었는데, 방심한 사이 삼색이는 창문을 열고 유유히 나가버린 것이었다. 서로 얼굴은 보지 못하더라도 한 공간에서 친해지는 과정이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나가버리니 허탈했다. 다시 돌아왔으면 싶어 물과 사료를 잔뜩 채워두고 창문도 열어뒀지만 삼색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포획틀을 미리 가져와서 어떻게든 잡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책망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삼색이는 그렇게 잡았으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탈출했을 것이다. 카라 병원에서도 이렇게 경계가 심한 길아이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도 컸지만, 삼색이가 선택한 길이었다. 다만 삼색이가 암컷 고양이인데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임신까지 하면 더 좋지 않을 것 같아 중성화 수술까지는 시켜주고 싶었다.

자꾸만 와서 삼색이를 불러댔던 난봉이


분량조절에 실패해버렸다... 진짜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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