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UFO를 보셨습니까

그래 내 기분에게 물어보자

by 진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에 순위를 매겨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 상상력을 가뿐히 뛰어넘는 이런 사건들을 보며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전체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소설가 마르케스는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초현실주의의 절정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무한대로 확장시켜 나간다. 소설 중간에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나서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기 엉덩이에 꼬리가 달렸다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살면서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꼬리를 '커밍아웃' 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작가가 상상일 뿐이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지구 어느 곳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던 거다.


보도국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제보전화를 받는다. 억울한 일이 많아서 한밤중에 전화해 자기 억울한 사연을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다짜고짜 욕을 퍼붓기도 하고, 지금 방송되는 프로그램 출연자가 맘에 안 드니까 하차시키라고 지시하는 사람도 있다. 땅 사기를 당했다거나 소송에서 억울하게 졌다면서 사연을 흰색 편지지에 두서없이 열몇 장씩 써서 언론사마다 돌아다니면서 호소하는 노인들도 있다. 그중에는 정말 사회적으로 보도 가치가 있는 귀한 제보들도 (희귀하지만) 있어서 무조건 무시하고 흘려보낼 수는 없다. 가끔은 긴긴 야근의 밤이면 제보 전화라도 왔으면 싶을 때도 있었다.


십 년 전만 해도 많이 오는 제보 전화가 있었다.

“여기 ○○지역인데요, 하늘에 방금 UFO가 나타났어요.”

“아, U... F... O라고요?”

“사진까지 잽싸게 찍었는데 보내볼까요?”

“예. 그럼, 일단 그래 주시겠어요?”


초짜 기자였을 때, 그러니까 십 년 전쯤에는 사진을 받아보고 이 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했다. 밤하늘 작은 불빛이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인지 확인하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사건 제보 대응 FM대로 해당 지역 소방서에 전화했다. UFO가 떴다는 제보가 오는데 혹시 그 일대에 무슨 일이 있냐고. 노련한 소방서 언론담당 당직자는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 일대에서 행사가 있어서 하늘로 뭔가 강한 조명을 쏘고 있거나, 뭔가가 비행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이 있다고 말이다. 아마 그런 것들을 얼핏 잘 못 보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우리는 웃으며 통화를 마치곤 했다.

그런 얘기들을 제보자에게 전하면 일단은 알겠다고 하면서도 영 석연치 않아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기에 나는 그런 감정을 못 알아채는 척하며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시대가 변한 것인지,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급감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목격담 제보전화는 이제 거의 오지 않는다. 하늘 볼 시간이 없는 것일까. 밤에도 꺼지지 않는 조명과 사무실 형광불빛 때문에 밤하늘이 어둡지 않은 것일까. 왜 UFO 제보는 그렇게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일까.


다시 TV 앞 현실로 돌아와, 내가 가끔 본다는 그 프로그램에서 외계 물체와 관련해 아주 생생한 사진들을 보여줬다. 기괴한 외계인의 모습들과 미확인 비행물체들이 사진에 담겨 있었다. 워낙 엽기적인 사건들의 순위가 줄줄이 나온 다음 이어선지, 외계인 사진 정도는 오히려 싱겁기까지 하다. 그 사진들보다 더 강렬하게 떠오른 건, 내 귀에 울렸던 그때 그 밤 제보자들의 들뜬 목소리였다.

“아니, 제가, UFO를 본 것 같다고요!”

"거의 확실해요!"


요새 날씨가 좋아서 남편과 집 근처 홍제천을 산책하는데 그럴 때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보는 하루, 회사를 그만두고서야 얻게 된 ‘비싼 시간’이다. 회사 다니면서도 이렇게 여유 있는 하루는 불가능했던 것일까... 그렇게까지 생각이 가지를 뻗으면 꽤 씁쓸해지므로, 재빨리 남편의 얼굴을 보며 빈말을 던진다.

“요새 얼굴이 좀 작아진 것 같은데?”


살 빠질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쓱 만져보는 남편. 귀 얇은 남편에게 언젠가 같이 맥주를 마시는 저녁에 나의 짧은 UFO 제보 취재기를 들려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밤중에 UFO 목격자와 깊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었다고. 그 이야기는 진짜였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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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2015년 1월 미국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훈련을 하다가 UFO를 목격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미 해군은 ‘설명할 수 없는 공중 현상’이 있었고 이를 앞으로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UFO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때 전투기 조종사들이 본 비행물체는 엔진이 없는데도 극초음속으로 비행했고, 수면 위아래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절대’ 란 단어를 점점 쓰기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해괴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게도 UFO ‘직관’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니, 나도 가끔은 밤하늘을 올려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