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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Dec 15. 2017

#1. 내 안의 에고를 건드리는 부끄러움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을 읽고

독서모임 '틈새' 발제 책이 되어서 읽게 된 책이었다. 책에서 언급하는 '에고'라는 뜻을 정확히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불편했고 책을 덮고 나니 감상평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편했던 이유는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기의 중심에 내가 꽉 차있는 것을 에고라고 정의하고, 에고에 대한 위험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무시당하는 것을 죽음으로 생각하고
침묵을 약함을 드러내는 기호로 인식하는 듯 하다.
그래서 마치 자기 목숨이 달려있기라도 한 것처럼 필사적으로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한다.
그러나 침묵은 사실 힘이 세다.
.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침묵이다.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침묵을 나약함이라 생각하고, 그저 의미없는 대화들을 떠들어댔던 순간들이 부끄럽게 떠올랐다. 그러한 점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내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나를 속상하게 만들었던 기억도 다시 떠올려보면 의미없이 떠들어댔던 내 모습들이 하나둘씩 쌓아 만든 결과물이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반성이 되었다. 마음에 새겨두고, 반성하고 싶은 문구였다.



그 일은 누군가에게 굽실거리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멋있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를 찾아주는 일이다.



반대로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말에 공감이 되지 않았던 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를 지원해주고 개인적인 만족으로만 버티기에는 너무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개인적인 목표를 경제적, 명예 관점이 아니라 내가 올바르게 잡고 지켜낼 수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명예와 경제적 목표를 우선시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말하는 에고와 그것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 두 가지의 조화를 이루는 궁극적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자기 이미지를 위해서 주어지는 모든 기회를 붙잡으려고 달려든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런 기회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실제 일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집중력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두 자기가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쏟아야 했지만
낭비되고만 시간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찔렸던 이유가, 그리고 가장 좋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나는, 내 인생과 일을 대함에 있어 어떤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을까. 경제적 상황, 명예, 인정, 회사의 규모, 외부의 시선 등이 우선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관점에서, 내가 덜 불만을 낼 수 있고, 진짜 '나'를 위한 기준으로, 나를 위한 관점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을까 라는 고민과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마냥 그런 이유들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 친구들과 말했던 것처럼 나이 들어감을, 물리적인 관점이 아니라, 조금 의연하게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힘들고 속상한 일이 생겨도 나를 다루는 방식을 알게 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겼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정말 하고 싶었던 업무를 바탕으로 하게 되었고, 비록 아직 부족한 점들이 보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내가 인정하고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러한 부분들이 성격들에도 좀더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야기할 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흘러가게 두고, 연연해하지 않는 마음. 내년에는, 더 흘러가는 마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적으로써의 '에고'는 결국 내가 작은 존재라는 것을 꾸준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매번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책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해서 재미있긴 한데,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복되는 챕터가 꽤 많은 느낌이었다. 책 두께를 차라리 조금 더 줄여서 반복되는 내용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던. 그러나 누군가 추천 여부를 묻는다면 추천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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