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급식 문화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시스템이다. 내 주변의 외국 친구들이나 또는 자기네 정부에서 일하는 친구들는 모두 한국의 급식 시스템과 그 정신을 아주 높이 칭찬하는데, 특히 모두에게 동일하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 점심 식단의 영양과 양 등에 대해서 놀랍다고 생각한다. 급식 식단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 거의 놀라 자빠지는 수준으로 감탄한다.
미국에도 주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고 하는데 유료, 할인가 (reduced price), 무료 등 세 가지 가격 그룹으로 급식을 제공하며 가정의 수입에 따라 다른 값을 낸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속한 가격 그룹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어 아이들은 할인된 점심이나 무료 점심을 먹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창피함 때문에 굳이 유료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싱가포르로 말하자면, 초등학교에도 푸드코트가 있다. 국수 같은 것은 1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인데 그냥 삶은 면에다가 간장 소스를 부어 주거나, 소금물 국물에 말아주는 게 전부이다. 게다가 많은 음식들이 대량 신속 조리할 수 있는 튀긴 음식이 대부분이라 한두 번 먹다 보면 쉽게 질리게 된다.
그래서 한국 엄마인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 주는 편이다. 아이들의 요청으로 일주일에 한 번 사 먹는 날을 정하여 그 날 빼고는 매일 도시락을 싼다. 애들이 7시에 집에서 나가기 때문에 그 전에 도시락이 완성되어야 하니 전날 기본 준비는 필수. 그러나 진짜 어려운 건 메뉴 선정이다. 여러 번의 실패 후 (음식이 뒤섞이거나 국물이 흘러 책을 다 적시거나 치가워져서 맛없거나…), 메뉴는 몇 가지로 좁혀졌다. 떡꼬치, 샌드위치, 유부초밥, 참치마요 등… 김밥도 싸 주면 좋겠지만 아침에 김밥 싸는 건 거의 전쟁 수준이라 아주 가끔 큰 맘 먹어야 싸 줄 수 있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며 국뽕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급식을 찬양하라!! 동시에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역시 차오른다. 이렇게 힘든 점심 준비를 도맡아 해 주시면서 그에 합당한 감사의 마음을 받으시는 지... 그리고 가끔 뉴스에서 보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경악한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매일 정성스레 준비해 주시는 분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분들에게도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고작 도시락 두 개를 싸면서도 이리 정신이 없는데 급식실 노동자들에게 공감하게 된다면 너무 오바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