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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an 07. 2024

우기, 싱가포르에서 놀기

비가 와도 놀자

요즘 한국은 폭설로 난리라고 한다. 사는 사람들은 출퇴근에, 한파 대비에 힘들겠지만 열대우림 기후대에 살고 있는 나에겐 눈이 펄펄 오는 영상이 현실감 없는 설경이라 낭만적이기만 하다.  

반면 싱가포르는 최근 몇 달 동안 계속 비가 온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 빨래와 개미에 정말 스트레스가 많은 데다가 운동하러 나갈 수 있는 시간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날씨가 정한다ㅠㅠ


어제 저녁에도 남편이랑 저녁 먹고 산책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저녁식사 시간부터 비가 좍좍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비는 밤새 쏟아져 잠귀가 예민한 난 서너 번 깨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일요일 아침인데도 피곤하고 기분이 다운… 기분을 업 시키기 위해 아침부터 스콘을 구웠다. 집안에서 나는 고소한 빵 냄새는 그 어떤 냄새보다 좋다. 가족들과 늦은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자 힘이 나서 빗속을 산책할 마음까지 동하였다. 장화에 우산을 챙기고 나와 집 근처 공원을 지나 green corridor로 향했다. 이 길은 지금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오래된 기찻길을 따라 조성된 숲길이다. 어제 아침에도 이 길 따라 조깅을 했는데 사람과 자전거로 너무너무 붐볐다. 하지만 어제부터 내린 비로 길도 안 좋고 하니 약간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없어 오늘은 혼자 길을 다 차지한 듯한 느낌

비가 젖은 나뭇잎들이 맨질맨질 이쁘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공원길인데도 열대 정글의 느낌이 남아 엄청나게 큰 잎들도 많다. 내 손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듯.

기차가 다닐 때 나름 붐볐을 길인데 지금은 길가에 남아있는 영국 식민지풍의 건물들이 빈 채로 폐허같이 보여 혼자 기웃거리기도 하니 어딘가 멀리 여행 온 느낌이 든다. 길을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빌 브라이슨의 오디오 북을 들었는데 너무 웃긴 기행문을 들으며 나 역시 오늘의 미니 여행이 더욱 신나고 모험처럼 느껴진다. 길을 걸으면 평소에 차를 타거나 뛸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의 마이크로 어드벤처 (by Alastair Humphreys), 비가 와도 생각보다 즐거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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