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시간의 속도가 말해주는 당신의 한 해

목표한 것을 다 이루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당신에게

by 마네 Choi



연말입니다.

언제 또 한 해가 이리 빨리 흘러가 버렸나요. 여기저기서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2025년 10대 뉴스가 들려옵니다. 저도 올해 초에 쓴 계획표를 꺼내보았습니다. 거기엔 '첫 장편소설 완성하기'가 적혀 있더군요. 결과부터 말하면,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연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자책합니다. '올해도 뭐 한 게 없네.' 당신도 비슷한 기분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그런데 잠깐, 시간이 빨리 갔다는 그 느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에 관한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를 하나 소개할게요.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성장의 기회가 없으면 시간이 허무하게 빨리 지나갔다고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일상이 무의미하게 반복될 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고요. 직관적으로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성장했다고 기억하는 시기가 오히려 시간이 더 빨리 간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일에 몰두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보고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참가자들은 그 시기를 만족스럽게 여겼고, 그리워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성장하는 동안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고 싶은 일에, 배우고 싶은 것에,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집중하다 보면 시계를 볼 여유가 없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던 그 밀도 있는 시간들은 우리 곁을 조용히 지나갑니다. 또한, 성장했던 시기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중했던 순간은 희소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기억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빨리 갔지?'라고 느꼈다면, 그만큼 그 시간이 의미 있고 만족스러웠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올해 장편소설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소설 쓰기 공부도 했고 등장인물 설정과 세부 줄거리까지 만들었습니다. 강의와 강연을 준비하고, 학생들 만나고, 연구하고 논문 쓰고, 책 쓰고, 아이디어 메모하던 시간들이 기억납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설 속 세계에 소환되어 있다 보면 아내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죠.


"애들 학교 보내야 되는데 왜 거기서 멍 때려요! 어서 현실로 돌아와."


목표한 것을 다 이루지는 못했어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은 나아간듯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간 것이겠지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한 것을 다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2025년을 살아냈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습니다. 시간이 빨리 갔다는 그 느낌이 증거입니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혔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을 조금 더 배웠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뭐 저절로 크나요? 사랑이라는 이름의 '피땀눈물'로 키워낸 덕분에 아이들이 1년만큼 성장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일상에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깨달았을 테고요. 이 모든 걸 성실히 해내느라 시간이 흘렀네요.


연말은 성취를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 대신, 한 해의 끝까지 달려온 자신을 다독거려 주세요.



2025년을 살아낸 우리 모두,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참고문헌

Ryu, Landau, Arnold, & Arndt (2024). Why Life Moves Fast: Exploring the Mechanisms Behind Autobiographical Time Per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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