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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짬뽕 뮬란 Dec 14. 2022

오늘도 명상합니다

노력하다

한때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만을 미친 듯이 읽은 적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딱 두 가지였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독서, 두 번째가 바로 명상을 한다는 사실. 

우울한 늪에 빠져 살면서도 ‘내가 이 우울증에서 벗어나 성공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늘 가슴 한 구석에 있었다. 성공의 기준이 없으면서도 그저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이루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성공 에세이만을 읽었는데 그게 결국 나에게는 득이 된 것 같다. 독서는 이미 내 취미이자 특기였고 명상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명상에 관련된 책을 또 찾아 읽었다. 

명상이란 마음의 허상을 없애기 위해 마음속에 몰입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신과에서도 명상을 해볼까 한다고 했더니 시작할 수 있겠냐며 나를 우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꼭 언제가 됐든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적극 추천을 해주셨다.

명상은 몸과 마음이 ‘이완’되기 때문에 편안해진다고 한다. 몸을 편하게 해서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을 편하게 해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명상을 양자물리학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과학적으로 풀어준다니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가 가장 먼저 할 수 있었던 일은 유튜브를 켜고 가부좌를 튼 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명상 관련된 영상은 수천 개가 넘었는데 단 하나도 내 마음을 잡아주는, 내 자세를 잡아줄 것 같은 명상 채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명상 센터에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명상 관련해서 구글링 했더니 명상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행스럽게 집과 가까운 거리였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큰 용기를 내고 방문했다. 3개월만 일단 등록했다. 명상복을 받고 사물함을 배치받고 나서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틀어주자 갑자기 신나게 소리 내어 웃는 것이 아닌가. ‘아 뭔가 잘못됐다. 난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수업이 끝나고 바로 환불을 받을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명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클래식 같은 음악을 들으며 내 내면을 바라보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스트레칭을 하고 억지웃음을 짓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이상한 체조를 하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게 명상인가? 남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나였다. 명상 센터에 등록하기까지 고민한 시간만 6개월이 넘는다. 여기까지 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런 수업이라니 라는 생각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수업이 끝나고 환불을 요구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믿고 한 달만 다녀보시는 게 어떻겠어요?’라고 말했다. 등록 거절을 거절당하니 더 이상의 말을 보탤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한 달을 다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갔다. 남들이 웃어도 난 웃지 않고 쳐다만 봤다. 스트레칭을 하면 따라 했고 이상한 체조를 하면 그냥 나를 버리자, 나를 잊자며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명상 수업이 끝나면 내일 다가올 명상 수업이 벌써부터 겁이 났다. 명상 센터에 가는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다음날이 되면 또 명상센터에 간다. 걸어서 걸리는 시간 40분. 40분 동안 ‘가지 말까’, ‘관둘까’, ‘관두면 뭐라고 말하지’, ‘또 붙잡으면 어떻게 거절해야 하지.’ 등의 수백 가지의 고민을 하면서 센터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하면 제발 딱 1시간만 참자며 그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려 했다. 결국에 나는 처음 등록했던 3개월을 마치고 1년을 추가로 등록했다. 


1년 3개월을 다니니 나중에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명상의 본모습을 배우게 됐다. 바로 양반다리를 하고 명상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까지 배우게 된 것이다. 1년 3개월이 지나고는 집에서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던 것이 점차 유튜브 채널을 듣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따라갈 수 있었다. 1년 3개월 만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걸으면서도 명상을 했고 샤워하면서도 명상을 했다. 명상은 평소에 어떤 행동을 하든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호흡 명상으로 뇌를 쉬게 해 주려고 많이 노력했고 걷기 명상, 통찰 명상, 글쓰기 명상 등을 하기도 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늘 기분이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났다. 그럴 때마다 통찰 명상을 했다. 통찰 명상은 위빠사나, 마음 챙김 등이 있는데 통찰 명상은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여서 집중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찰 명상은 알아차림 명상이나 집중 명상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명상에는 다양한 단계가 있다. 평상심 기르기 명상, 집중력 강화 명상, 관찰 명상, 호흡 명상, 잡념 비우기 명상, 몸 상태 느끼기 명상 등 무수히 많은 방법이 있다. 


공황장애가 심했던 나는 호흡 명상을 집중적으로 했었다. 물론 스스로 내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가 되면 명상이 쉽지 않았다. 집중 명상을 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명상은 피로감을 줄여주고 생각도 명료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불안감,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내가 명상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내 감정을 나눠봤을 때 명상을 배우고 난 후에 훨씬 더 마음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걸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명상이라는 걸 하며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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