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서...?
설렁탕에
소면이 들어가는 이유
대한민국 대표적인 서민음식 중의 하나인 설렁탕. 소의 여러 부위를 넣고 끓여내 밥과 함께 먹는 국이다. 서울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사골과 도가니, 양지를 주로 사용하며 10시간 정도 끓이면 고기와 뼈의 성분이 흘러나와 유백색을 띄게 된다.
설렁탕은 분위기 있게 외식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지나가다 출출하면 한 그릇 먹을만 하고, 일반 가정집에서는 요리하기 부담스럽다. 특별한 개성이 없어 뛰어난 맛집이 드물며, 조리시 여러 편법을 사용하기 쉬워 많은 설렁탕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민음식이면서 높은 가격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설렁탕에 소면을 넣지는 않았다.
한국 전쟁 이후 밀가루는 빈곤한 우리의 밥상을 구원했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말이다. 한 때는 정책으로 분식을 밀어 붙여 곰탕, 설랑탕집에서 밀가루 국수를 음식의 25%이상 추가해서 판매하도록 강제 했었다. 그 때부터 설렁탕에 소면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렁탕 속 소면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오히려 안 넣어주면 서운해진다. 대파를 잔뜩 썰어넣고 소면에 다대기, 깍두기 국물까지 넣어먹으면 이만한 음식이 따로 없다. 파를 넣는 이유는 설렁탕의 고기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통식 설렁탕 집은 거북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곰탕과 설렁탕
비슷하지만 설렁탕이 곰탕의 하위개념
설렁탕과 곰탕(곰국)은 비슷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곰탕은 고기국물, 설렁탕은 뼈국물이라는 말이 있다. 곰탕은 고기와 내장으로 고아낸 맑은 국물, 설렁탕은 고기와 뼈 등 뽀얀 국물로 구분하면 된다. 그런데 곰탕도 고기와 뼈로 국물을 내는 경우가 있어 사실상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전통적으로 고기와 뼈를 오래 가열하여 만든 국을 곰국 또는 곰탕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다(고으다)'라는 말에서 '고은 국', '곰국'으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곰탕 중에서 한양 지방에서 특화된 조리법으로 뽀얗게 만든 탕을 설렁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즉, 곰탕과 설렁탕은 비슷한 형제며, 곰탕이 형이다.
수육이 없는 설렁탕집은
인스턴트나 프림국인 경우가 많다
설렁탕은 과정상 수육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나온 수육을 팔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그 이유는 계속 국물을 우려내야 하고, 불을 끄면 처음부터 다시 끓여야 한다. 어차피 24시간 지켜봐야하니 24시간 영업하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식자재 마트에 가보면 업소용 설렁탕 가루도 판매한다. 이 말은 돈 아끼고 싶다면 설렁탕 몇 번 사먹을 돈으로 인스턴트 구매해서 소면, 파, 후추, 냉동육 등 건더기 넣고 끓여먹으면 사먹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물론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설렁탕을 구분하려면 찬 곳에 얼마정도 두면 된다. 사골로 정확하게 끓인 설렁탕의 경우 식으면 묵처럼 된다. 프림, 분유 등 여러 첨가물을 넣은 설렁탕은 여러 층으로 분리가 된다.
24시간 끓여야 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음식이 설렁탕이다. 양심있게 제대로 만드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양심적으로 판매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대형 설렁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적발되어 물의를 빚기도 할 정도이다.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음식 설렁탕. 가격이 점점 높아져서 서민음식이라고 보기 애매할 정도이다. 전통있는 가게도 맛이 슬슬 변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100년이 넘게 장사하고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몇 안 되게 아직까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국밥집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조미료나 인스턴트 설렁탕에 질렸다면,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한결같이 유지한다는 것이 어려운데, 그것을 하고 있는 곳이다. 양심적인 업체들이 비양심적인 업체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든 편하게 파 잔뜩 올리고 후추 좀 넣어서 깍두기와 함께 우걱우걱 퍼먹는 설렁탕. 어디서 먹든 음식의 본질을 흐리지 않고 더 건강하게 더 맛있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가게가 유지되었으면 하는게 바램이다. 나이가 들수록 설렁탕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