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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망디 Jul 13. 2023

성공이라는 가면을 쓴 불행 버리기

실패해도 괜찮아! 대신 나는 행복을 얻은 걸.

나는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계속 세상이 말하는 '성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학생일 때는 높은 등수로 증명하고 싶었고 조금 더 커서는 좋은 학벌, 좋은 직업으로 성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생각한 '성공'을 제대로 이룬 적이 없었다.


학생일 때는 공부해야 하는 것을 알았지만 공부를 안 했다.

수학공식, 영어단어들보다 역사, 지구과학, 화학, 책 읽기, 세상살이, 성공하는 법, 끌어당김들에 관심이 있었고 그 부분만 잘했다. 고등학교 때는 시험기간에 거의 국사 공부에만 매달려 국사 내신 등급은 항상 1등급을 유지했고 그건 지구과학과 화학, 생물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학은 언제나 겨우 4~5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학교 때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열심히였다. 대외활동도 항상 참여하고 공모전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그리고 나름 꽤 괜찮은 학교 성적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취업을 해야 할 때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을 하다가 좋은 직업, 회사는 커녕 계약직이나 일용직만 전전했다.


그렇게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커져갈 때마다 성공은 점점 멀어져 갔다.

분명 막연하게 빛으로 존재를 알려주지만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하늘의 별처럼 성공은 아스라이 존재했다.


이유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걸었는데, 결국 내 앞에 놓은 것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이대로 어중이떠중이도 못 되는 순간들만 반복한 채 빛을 잃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끝없는 우울과 자책이 반복되었다.


우울과 자책이 반복되는 어느 날, 나는 이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계속해서 물었다. 나의 무력감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든 순간 질문했다.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던 중에 나는 그 끝에 '성공'이라는 환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성공해야 해. 나는 누구보다 성공해야 해

지금은 현실은 전혀 성공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부끄러워, 성공하지 못한 내가 너무 창피해.

성공하지 못해 미안해. 나 스스로에게, 부모님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성공하고 싶어서 그동안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내가 창피했다.

왜 나는 나를 창피하게 여길까, 왜 나는 스스로를 계속 성공해야 한다고 다그쳐야 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근본적으로 '나는 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라는 물음이 생겼다.


언제부터 나는 성공하고 싶었을까.

집이 가난해서? 부모님이 계속해서 나에게 성공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나 스스로가 성공해야겠다고'생각했던 건 아주 단순했다.

부자의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어려서 보았던 미디어와 책으로 본 부자의 삶, 재벌의 삶 나는 그것들을 아주 동경했다.


그 당시 내가 가졌던 고민들은 모두 '돈만 있으면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가난한 집, 공부를 못하는 나,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짐이 될까 봐 부모님에게 말도 못 했던 어린 나.

돈으로 인한 문제가 없는 화목한 가정, 가족끼리 돈 걱정 없이 방학마다 떠나는 자유여행(해외여행), 해외에서 보내는 방학, 어학연수, 문화생활, 단칸방이 아닌 영화에서나 보던 으리으리한 스위트룸,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아주 손쉽게 갖는 삶.

나는 그런 삶들을 동경해서 부자가 되고 싶었고 성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힘들었나 보다.

지금의 내 상황으로는 내가 생각한 그런 으마으마한 부자가 되기는 요원해 보였으니까.

남들은 간절히 바라면 된다고 말하던데, 사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최소한 나 스스로는 나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가난한 부모님 밑에서 가난한 사고방식을 물려받았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나는 성공할 수 없다고. 그게 내가 타고난 팔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커피 하나, 밥 하나 사 먹는 돈은 아까웠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살 때는 소액이니까 이 정도는 사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 돈을 쓸 때 결핍을 느끼면 가난한 사람이 되는 거야. 하고 나는 애써 포장했다. 무의식으로는 진심으로 돈이 나가는 순간 우울 해질 정도로 아까워했으면서.


그러다 불현듯 발견했다. '아, 나 사실은 부자야 될 거라고 말만 했고, 내 안에서는 그 말을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믿은 적이 없구나.'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성공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이제는 돈 문제가 없는 가정을 이뤘고, 나는 해외에서 방학을 보낸 적도 있고, 짧지만 어학연수도 다녀온 적이 있다. 문화생활도 내가 원하면 즐길 수 있고, 영화에서나 보던 스위트룸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방을 예약할 경제적 여유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해줄 수 있는 내가 있다. 나에겐 그 모든 것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


내가 항상 마음속으로 결핍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우주는 언제나 나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로 주고 있었다. 지금도, 내가 집이 아닌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맛있는 커피를 선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내가 마라탕이 먹고 싶다면 당장 마라탕을 먹을 수 있는 경제적 풍요도 있다.


지금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나는 당장 어디든지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 아래, 그 모든 것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언젠가 할 수 있겠지'라는 가짜 긍정을 심어주고 속으로는 '절대 못함'이라는 딱지를 붙여주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속에는 '절대 못함' 리스트들이 쌓인 그만큼 비례해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들도 쌓였다.


평생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삶만 살 줄 알았다.

평생 미래의 행복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 뻔했다.

다행이다. 이제라도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서.


종교는 없지만 내게 많은 생각, 깨달음을 준 까미노 길의 한 성당

나에겐 꽤 극적인 깨달음이라, 신성하고 경건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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