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공원
- Where : 중국 청두 영릉
- 추천 : ★★★
청두 여행의 첫째 날, 점심으로 마오카오야(冒烤鸭)라는 청두 특색의 오리고기 요리를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다음 일정은 한국에서 예매해 둔 경극 공연으로 시작 시간인 8시까지는 아직 4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었다. 숙소에만 있기에는 심심하지만, 어딘가 멀리 다녀오기에는 빠듯한 시간. 다른 날이었으면 그냥 숙소에서 쉬었겠지만, 여행 첫날이라 그랬는지 어떻게든 이 공백의 시간을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짧게라도 다녀올 여행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청두 여행을 계획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마,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여행지는 대부분 도시 외곽에 떨어져 있다. 그래서 네이버나 구글링으로는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없었고, 대신에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홍슈(小红书)'라는 어플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신기하게도 샤오홍슈에서는 청두 여행을 검색을 하면 상위에 노출되는 콘텐츠들이 대부분 날짜별(Day 1, Day2)로 촘촘하게 일정을 짜놓은 '여행공략' 류의 내용이었다. (중국인들은 J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여기에는 애초에 가려고 계획했던 여행지도 있었고, 처음 알게 된 여행지도 있었다.
그러다가 공원을 소개하는 포스팅 하나가 눈에 띄었다. 특이하게도 공원 안에 커다란 무덤이 있는 공원이었다. 여기가 바로 영릉(永陵) 공원이다. 영릉 공원은 오대십국 시기에 ‘전촉’을 건국한 왕건의 왕릉이 위치한 곳이다. (당연히 고려 왕건과는 관련이 1도 없는 동명이인이다) 오대십국 시기(907~960)는 당나라와 송나라 사이에 있었던 50여 년간의 혼란기로, 쉽게 말해 당나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영릉은 진시황릉과 비슷하게 수 천 년 동안 역사 속에 감춰져 있다가, 1940년도에 방공호를 파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복원 작업과 공원화가 이뤄지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 진시황릉을 갔을 때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숙소에서도 걸어서 10분 거리라 산책도 할 겸 가보기로 했다.
영릉공원은 전체적으로 작은 근린공원에 가까웠다. 공원 한 켠에선 어르신들끼리 트럼프 카드를 치기도 하고,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홀로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한적한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공원처럼 쓰이는 오래된 사원이 하나 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영릉은 엄연히 유적지이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20위안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면 문인, 사자, 말 등의 조각상과 함께 봉분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가 보인다. 여기가 바로 샤오홍슈에서 소개한 영릉이다. 마감시간 직전에 찾아간 것이라 왕릉 안에는 경비원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른 시간에 갔어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약간 으스스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역사적 현장감이 느껴졌다.
중국어로 된 설명문에는 영릉이 청두를 포함한 사천 지방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부에는 신경써서 조명도 설치되어 있었고, 별도로 박물관까지 운영하며 오대십국(과 당나라) 시대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영릉은 이미 도굴을 당하여, 많은 유물이 훼손된 상태였다. 물론 능 주변의 조각상이나 건축양식에서도 충분히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도굴이 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멋있었을지 아쉬움이 들었다.
영릉공원은 원래는 방문 계획이 없었던 곳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왕릉이라는 확실한 볼거리가 있어서 가볼 만했다. 특히 청두는 풍류의 도시답게 전반적으로 공원들의 느긋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영릉공원 역시 유적지을 떼고 봐도 공원 자체로 훌륭한 공간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큰 기대를 갖는다면 실망을 할 수도 있으니, 나처럼 시간이 애매하게 남거나 동선이 겹치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 팁
- 주소 : 四川省成都市金牛区永陵路10号 成都永陵博物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