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 5길, 트레킹 여행 팁

고도가 만든 이색적인 풍경

by 만꺼

운탄고도는 강원도 정선, 태백, 삼척을 잇는 고산 트레킹 코스로,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조성된 산업도로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역은 1970~80년대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으며, 당시 갱도와 마을을 연결하던 도로들이 촘촘히 깔려 있었다.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대부분의 탄광이 폐쇄되고 도로도 쓰이지 않게 되었지만, 이후 일부 구간을 정비해 걷기 좋은 길로 전환한 것이 현재의 운탄고도다.


전체 코스는 9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1길부터 6길까지가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 각각 하루 단위로 트래킹 가능한 거리와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고, 기존의 임도·포장도로·산길 등이 혼합된 구조다. ‘운탄고도 1330’이라는 이름은 이 코스의 상징적 지점인 만항재(해발 1,330m)에서 유래했으며, 이곳은 국내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최고 고도의 고개로 알려져 있다.



운탄고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고도가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일반적인 산행이 특정 봉우리나 절경을 향해 올라가는 구성이라면, 이 길은 1,000m 이상의 고산지대를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 걷는 트래킹 루트다. 그 덕분에 높은 고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원 지형과 숲지대, 바람 많은 능선, 풍력발전기 같은 이색적인 풍경이 길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해발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기온이 낮고, 겨울에는 자연 그대로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트레킹 중에는 신갈나무와 자작나무 같은 고산 활엽수가 길을 따라 이어지며, 만항재 부근에서는 침엽수림이 펼쳐져 극동 러시아나 만주 지역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도 걷는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다. 또 일부 구간에는 과거 탄광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어, 갱도 입구, 연못, 마을터 등이 이어지며 산업 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운탄고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운탄고도는 일반 관광지처럼 인위적으로 꾸며진 느낌이 없고, 상업 시설도 거의 없어 자연 속을 걷는 본연의 트레킹 경험을 할 수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사계절 내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혼자 혹은 한적하게 걷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잘 맞는 길이다.


그중에서 운탄고도 5길은 전체 6개 개방 구간 중에서도 가장 조화로운 매력을 갖춘 코스로, ‘운탄고도 1330’의 상징적 지점인 만항재를 도보로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선 사북의 화절령에서 출발해 태백 만항재에 이르는 약 15.7km 코스로,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거리와 난이도가 알맞게 설계되어 있다. 완만한 오르막 위주라 무릎에 부담이 적고, 트래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걷기에 좋다.


도롱이 연못


무엇보다 5길은 다양한 풍경이 다채롭게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반부에는 숲으로 둘러쌓인 임도를 따라 걷게 되며, 20분 정도 걷다보면 도롱이 연못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과거 광부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기도 장소로 전해지는 전승도 남아 있을 만큼 상징적인 장소이며, 지금은 습지 생태계와 고요한 풍경이 인상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후 길을 따라가면 폐광 입구를 복원한 1177갱 입구에 도달하게 된다. 이곳은 출입은 불가능하여 큰 볼거리는 없지만 운탄고도의 역사성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중후반부에 이르면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선 능선 위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 구간은 운탄고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야가 넓고 탁 트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에는 회전하는 발전기 소리와 함께 고산 지대의 거친 자연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풍력발전단지

풍력발전단지를 지나 걷다보면 점점 고도가 높아지고, 나무도 빽빽한 침엽수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코스의 끝은 해발 1,330m의 만항재가 나온다. ‘운탄고도 1330’이라는 이름의 어원이기도 한 이 지점은, 도보로 접근 가능한 대한민국 최고 고개로 알려져 있다. 만항재는 고갯마루이자 태백과 정선의 경계 지점으로,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와 주차 공간, 매점이 등장하면서 오랜 트래킹의 마무리를 실감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5길은 상징성, 경관, 구성, 접근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구간이다. 각 지점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산업 유산과 자연 생태, 전망과 인증 등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 처음 운탄고도를 찾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는 코스다.



운탄고도 5길은 비교적 걷기 좋은 코스이지만, 트래킹 전 숙지해야 할 몇 가지 팁이 있다. 먼저 걷는 방향은 화절령에서 만항재로 향하는 순방향을 추천한다. 이쪽이 오르막 위주로 구성되어 무릎 부담이 적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역이 최고 고도인 만항재라 풍경이 주는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역방향 하산 코스로 이용할 경우 내리막 경사가 길어 다리 관절에 부담이 클 수 있다.


또한 코스 중간에는 매점이나 상점이 없기 때문에 사전에 간식이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다만 코스 중간중간 약수터가 있어 식수는 공급이 가능하다. 화장실 역시 전 구간에 걸쳐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출발 전 숙소나 휴게소에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 코스 전체에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만큼, 지도나 GPS 기반 앱을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며 걷는 것이 안전하다.


1177갱


산길, 임도, 포장도로가 혼합된 5길은 일반 등산복 차림이면 충분하지만, 계절과 날씨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고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여름에도 긴팔 외투가 필요할 수 있고, 겨울에는 결빙과 눈길 대비가 필수다. 마지막으로 도중에 하차하거나 이동 방향을 바꾸려면 차편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의 교통편(버스, 택시 등)을 사전에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 내 멋대로 작성한 운탄고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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