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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May 05. 2024

중국남방항공

중국 국적기에 중국 특유의 냄새가 났다

저녁 7시 4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국남방항공의 21시 30분 항공편을 타기 위해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지하철을 타고 달려왔다. 밤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로 넘어가서 하루를 숙박한 뒤에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밤 비행기를 타면 도착을 하더라도 숙소로 가서 바로 자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보면 숙박비만 날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침 이른 비행기를 타더라도 출입국을 거치고 나면 피곤해져서, 그날은 여행이고 뭐고 통째로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럴 바에는 하루 먼저 출발하여 출입국이라는 과제를 미리 마쳐놓고 다음 날부터는 여행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게다가 밤 비행기를 운용하는 항공편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비행기에서 온전히 잠을 해결하는 장거리 비행 편을 제외하면 일부 메이저의 근거리 여행지만 밤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다. 상하이은 중국의 도시 중에서는 가장 항공편이 많은 여행지이다 (수도인 베이징보다도 많다).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면 고민도 하지 않겠지만, 아무 때나 탈 수 있는 밤비행기가 아니다 보니 매력적인 카드로 느껴졌다. 참고로 어떤 밤 비행기가 있는지는 사용하려는 공항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도착했을 때는 이륙까지 1시간 50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사람이 덜 붐볐고, 짐 검사도 금방 끝났다. 특별히 면세 쇼핑도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오히려 남았다.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버거킹에서 간단히 와퍼 세트로 배를 채웠다. 뭐가 맛있을지 모를 때는 프랜차이즈가 제격이다. 햄버거를 다 먹고 이동 트레인을 타고 승강장까지 갔더니 시간이 딱 맞았다.


중국 비행기를 탈 때마다 유독 연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혹시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탑승구는 제시간에 열렸다. 어쩌면 이것 또한 한산한 저녁 시간대에 출발하는 이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는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방심하지는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형용하기 어려운 중국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중국은 특유의 향이 있다. 일전에 같이 유학했던 친구들과 이 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친구는 두리안 냄새라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오래된 플라스틱 같은 냄새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마다의 특유의 향이 날 때는 십중팔구 식자재나 향신료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중국 요리도 향신료를 많이 쓰니 거기서 연유한 냄새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될 뿐이다.


사실 신기했던 건 냄새 그 자체보다는 비행기만 탔음에도 그 냄새가 난다는 사실에서였다. 오히려 여행 전체를 돌이켜보면 비행기 말고는 그 냄새가 강하게 났던 경우가 없었던 것 같다. 밀집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 수하물로 인해 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냄새였는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만나게 되니 오랜만에 중국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그다지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적응의 동물답게 어느새 적응이 되었다. 비행기도 끝까지 늦어지지 않고 이륙까지 제 때 이루어졌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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