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구가 늘어났다. 이런저런 사연들로 한 가족이 된 와이, 키키, 애플, 파이, 수리, 크리스, 마스. 동물병원에 하나 있는 캣타워에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다. 요즘 나의 힐링 파트를 맡고 있으며 병원에 웃음꽃이 만발하게 해주는 장난꾸러기들이다. 이중 파이는 남아 캣초딩으로 말썽이 어마어마하다. 내가 진료를 보면 진료실에 와서 진료를 방해하고 내 텀블러를 몇 번이나 쏟아버렸는지 샐 수도 없다. 내가 정말 애들 혼을 안내는데 파이한테는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이니 말썽이 어마무시하다. 그래도 골골송을 부르며 내 옆구리에 비집고 들어와 있을 때에는 정말 천사같이 이쁘다. 나는 또 이런 모습에 여름에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 녹아내리고 만다.
병원 지킴이들은 여전히 병원을 잘 지키고 있다. 착하게 고양이들하고도 잘 지내고 손님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과도 잘 지내며 어쩜 이렇게 순하냐는 말을 들으며 엄마 어깨에 뽕들어가게 해주고 있다. 요즘 보호소에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회복되면 사진을 이쁘게 찍어서 입양을 보내고 있다. 독자분 중에 한분으로 구조한 아이가 아파서 나의 병원에 왔다가 인연이 되신 분이 있다. 그 분의 숨겨진 능력 중에 하나가 아이들 입양을 정말 잘 보내신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집으로... 그 분의 도움으로 꽤나 많은 아이들을 입양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원에는 입양을 가기위해 머무르는 아이들이 많다. 집에도 애들이 많은데 병원에도 애들이 많다보니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도 좋은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서 데려가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너무 감사하고 보람차다.
나이가 아주 많은 리트리버를 입양했다. 구토를 심하게 해서 보호소에서 병원으로 온 아이인데 혈액검사 결과 너무 신장과 간이 좋지 않았다. 나이도 많아 보여 적어도 10-12살은 되어 보였다. 그 아이 이름은 마마였다. 마마는 새끼를 여러 차례 낳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젖은 땅에 끌릴 듯이 늘어져 있었다. 마마는 수액처치와 약물처치 후 증상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나이든 개를 다시 보호소에 차마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마는 병원에서 우리 집으로 거쳐를 옮겼고 지금은 아주 잘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다.
열무는 산책을 하면 다른 애들의 2-3배는 더 더러워진다. 온몸으로 뛰어다니는 건지... 온몸으로 굴러다니는 건지... 항상 온갖 풀씨며 흙이며 더러워진 꼴로 내 앞에 나타난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출근도 해야 하는 녀석이 매일 아침 숱검댕이를 뭍히고 나타나는 통에 아주 내가 애를 먹는다. 바쁜 아침 시간에 시간을 쪼개서 간단하게 세수라도 시키고 닦아주고 말리고... 아주 바쁘다. 그래도 나는 열무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절대 혼내지는 않는다. 신나게 노는게 잘못한 건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그렇게 매번 똑같은 산책을 매번 신나게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고 어쩔때는 부럽기까지 하다. 나도 매일매일 엄청나게 신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