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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31. 2023

흥행요소를 너무 갖춰 지겨워진 영화

류승완의 《밀수》

궁금하던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를 보았다. 1970년대 중반 군천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보물 탈취물인데 너무 많은 인물과 이야기가 꼬여 있고 클리셰가 많아 좀 지루한 느낌이었다. 언제나 '연기 잘하는 배우 역할'을 연기하는 듯한 김혜수의 연기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김혜수 정도 되니까 이런 큰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염정아도 마찬가지로 뚝심이 있는 배우다. 조연 중엔 박정민 배우가 역시 대단하다. 조인성은 감독이 너무 아끼는 나머지 사람이 아니라 천사처럼 보이고.

이 영화는 요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총 망라했는데 그중에서도 여성 연대 서사가 가장 두드러지고 해녀들의 수중 액션은 감동적이다. 호텔에서의 폭력 액션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70년대 깡패들이 그렇게 절도 있는 칼싸움을 구사했나?) 장기하가 맡은 음악도 좋긴 한데 지나치게 70년대 아카이빙 한풀이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바다와 스타들, 영리한 액션과 음모, 반전 등 여름 영화에 어울리는 흥행영화의 요소는 다 갖추고 있지만 이번 여름이 지나면 다시 거론하진 않을 것 같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세관 계장 역을 하는 김종수 배우는 우리 동네 길이나 술집 근처에서 자주 마주치던 분인데 이번에 멋진 빌런 역할을 맡아서 반가웠다. 아내와 함께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월조회(월요일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임)' 재결성 기념으로 일인 당 사천 원씩 내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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