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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11. 2023

라디오에서 내 글이 흘러 나올 때

CBS라디오에서 소개한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속

     

어제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정모 관장님이 페이스북 담벼락에 저의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중 하이쿠 관련 대목을 라디오에서 낭독하는 걸 들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CBS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의 오프닝 멘트로 나온 모양입니다. 어제는 그런가 보다 했다가 오늘 아침에 문득 생각이 나길래 CBS라디오 홈페이지에 찾아가 보았더니 선곡표와 아침공감이라는 게시판에 '0810목 올해도 모기에 물리다니!'라는 제목으로 낭독한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림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하이쿠에 대해 알려주면서 ‘얼마나 운이 좋은가/올해에도/모기에 물리다니!’라는 하이쿠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거든요. 하이쿠를 쓰던 사람들은 대부분 방랑시인이었기에 건강이 좋지 못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들이었죠. 그래서 여름에 모기에 한 방 물리고 나서 “아, 올해도 안 죽고 또 한 계절을 맞았구나!” 하고 감격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어렸을 때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밤중에 공부를 하고 있다가 라디오 DJ가 제가 쓴 글을 읽어주면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던 고등학교 시절이요. 어제 방송은 직접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쓴 책과 글이 한 번 더 사람들 마음을 스치고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아, 사연에서 함께 소개된 한림대학교 학생의 뛰어난 하이쿠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눈이 오는 날엔/경춘선 끝 칸으로 간다/ 혹시라도 네가 있을까'       

뭔가 가슴이 아릿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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