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ug 16. 2023

노트북 BitLoker 해제 모험기

밖에서 로그인을 해 벌어진 일 같습니다

해프닝은 끝났습니다. 어제 갑자기 노트북에 BitLoker라는 단어가 뜨며 암호를 넣으라고 하며 요지부동이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암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제가 급하게 나가서 새로 맞춘 안경을 찾고 바로 오래전에 약속해 놓은 술자리로 가야 하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오늘 글쓰기 줌 강연이 첫날이라 노트북이 안 열리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일단 이런 사달이 난 이유는 제가 LG나 삼성 등 대기업 제품을 쓰지 않고 엔지니어들이 주로 사용하는(또는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들이 쓰는) DELL 제품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아내의 말). 이 노트북은 집에서만 사용해야 하는데 제가 들고나가 스터디카페 등에서 인터넷 접속을 하는 바람에 보안장치가 저절로 작동된 것 같습니다. 물론 BitLoker라는 보안장치를 설치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뭔가 노트북에 뜨면 무시하거나 그냥 “예, 예.”를 누르던 습관이 불러온 참사죠.      

다행히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에 참가 중인 분이 제 사연을 카톡으로 전해 듣고는 ‘BitLoker 복구키 찾기’라는 항목을 검색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버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당장 그걸 실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광장시장 술자리에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같이 술을 마신 사람은 이기원 작가와 김태훈 평론가였는데 제 얘기를 들은 이기원 작가는 모든 자료를 클라우드에 보관하라고 했는데 왜 그랬냐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이 분은 전에 제게 원드라이브를 소개해 준 사람이었습니다(요즘 얼룩소의 인기 작가가 되어 수입도 짭짤하다고 합니다. 술도 이 분이 샀습니다).  김태훈 작가는 자기는 모든 문서를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 놓는다고 하더군요. 매우 교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문서 보관의 귀재들일까요. 아무튼 이분들은 그렇게 제게 한바탕 충고를 하고는 밝은 마음으로 술을 마셨고 저는 노트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켰습니다. 아니, 그냥 어제 그 상태로 켜져 있는 노트북을 바라보았습니다. 전혀 꺼지지 않은 상태였죠. 전원 버튼을 다시금 힘껏 눌렀으나 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예비 노트북으로 들어가(다행히 전에 쓰던 노트북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MS로그인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지메일 아이디를 대고 스마트폰의 MS Authenticator를 통해 로그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카톡으로 가르쳐 주신 링크를 따라가 보니 BitLoker 복구키가 두 개 뜨더군요. 저는 숫자에 약해서 그런지 그 긴 숫자를 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복구키는 두 개가 떴는데 아래 숫자가 정답이더군요. 그것도 두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입력에 성공했습니다. 복구키를 받아먹은 노트북이 다시 작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꿈만 같았습니다. 도움을 주고 걱정해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아내는 아직 잡니다. 이로써 저는 남의 도움 없이는 일 초도 살아갈 수 없는 인간임이 다시 증명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명랑하게 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신청 마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