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성실한 독자이기도 한 장강명 작가는 책을 택하는 방법부터 남다르다. 가볍고 쉬운 걸 선호하는 시대에 굳이 어렵고 지루한(작가 말에 의하면 가성비 떨어지는) 길을 가는 것, 바로 벽돌책 읽기다. 벽돌책의 정의는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일단 700쪽이 넘어가면 다 그렇게 부른다. 성북동 고양이 서점 '책보냥'에서 책을 받고 바로 열어보니 맨 앞에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가 나와서 반가웠다. 나는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만들기 전에 이 소설과 『티핑 더 벨벳』 등을 읽었는데 장 작가도 영화화 전에 소설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일간지 요청으로 '장강명의 벽돌책'을 연재하게 되면서 그가 택한 방법은 도서관에 자주 가는 것이었다. 온라인 서점이나 전자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벽돌책에 대한 정보가 도서관에서는 가능했는데 그건 바로 '서가 사이를 걸어다니며 눈으로 쓱 훑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뭐가 좋으냐 하면, 알고리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나 알고리즘 등은 모두 '대세'라는가 '열풍' 기반이다. 가장 일반적이거나 과거의 사람들이 갔던 길을 '안전빵'으로 선택하는 방법론이다. 그러니 AI가 쓴 글은 못 써도 70점은 넘지만 그걸 사람이 다시 고치지 않는 이상 더 좋은 글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장강명은 자기도 모르게 10년 동안 빈틈없는 독재자인 알고리즘에 반역죄를 지으며 오로지 두께와 첫인상이라는 원시적인 기준으로 책을 골랐다. 그리고 깨닫는다. 벽돌책은 얇은 책이 줄 수 없는 경험들을 준다는 것을. 지루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는 대목을 버티고 읽어내는 쾌감을 느끼는 것도, 기껏 동의했더니 뒤에 가서 반론들이 쏟아져 다시 혼란에 빠지는 정신적 아노미도, 한 작가가 공들여 제출한 세계관이나 문제 의식을 몇 주간 검토하면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것도 벽돌책이 아니면 불가능한 지점이다.
SF도 잘 쓰는 작가답게 책 뒤쪽엔 좀비물이나 SF, 추리소설 등에 대한 책 정보가 즐비하니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금싸라기 같은 책 되겠다. 벽돌책을 다루었지만 정작 이 책의 두께는 나무 선반 정도이나 어서 구입해서 곶감 빼먹듯 한 편씩 읽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