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을 보는 기쁨과 보람

‘즉각반응’의 해롤드 핀터 《희곡극장》 관람기

by 편성준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명동 ‘피크닉(piknic)에서 해롤드 핀터의 연극 세 편을 낭독극으로 보았다. 부조리극의 일인자이지만 핀터 본인은 그런 형식에 가두는 걸 싫어한다는 하수민 연출의 설명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그의 작품은 <블랙코미디> 하나밖에 몰랐는데 이번에 낭독극을 만나는 바람에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지평이 넓어졌다.


어제는 이주영, 마광현, 서창호, 이진경 배우가 연기하는 ’방 & 침묵‘ 두 작품을 보았고 오늘은 ’재는 재로(Ashes to ashes)‘라는 작품을 보았다. ’재는 재로‘는 서동갑 배우와 이진경 배우 두 사람이 나오는 이인극이었는데 한 시간 동안 보여주는 긴장감과 집중력이 정말 끝내줬다.


낭독극이라지만 배우들이 대사를 거의 다 외우고 있어서 손에 들고 있는 대본이 의미가 없을 지경이었다. 극의 감정이 큰 부분이나 중요한 부분은 정말 대본집을 손에서 놓고 표정과 액션에 집중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연극을 보고 나서 하수민 연출과 다시 인사를 나누었고 서동갑 배우와도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았다.


희곡을 읽는 건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낭독극으로 희곡을 대하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본 공연으로 올리기 전 낭독극으로 먼저 선보이는 것은 관객들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큰돈이 되지 않는 작품에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신경을 썼을까를 생각하면 배우나 연출자는 참 좋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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