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말을 잘 듣자

공처가의 캘리

by 편성준

집에 함께 있으면 계속 코로나19 관련 TV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 앉아 있게 되니까 요즘은 잠깐씩이라도 다른 곳으로 가서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하는 편이다. 어제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사 가지고 올라오다가 마스크를 벗고 중학교 계단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단편소설을 한 편 읽었고 아까도 마트에 가서 식재료들을 좀 사 가지고 올라와 아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성북동 '파란대문집'에 와서 글을 쓰고 있었다. 6시쯤 오라고 하더니 막상 5시 20분쯤 되니 아내에게서 '와, 여보'라는 카톡 문자가 왔길래 바로 달려갔다. 아내가 숙주와 어묵으로 잡채를 만들어 내놓았다. 맛이 아주 좋았다. 고양이 순자가 '왜 너희들만 먹고 내 밥은 안 주냐?'는 듯이 와서 몸을 비비며 울었다. 잡채를 다 먹고 설거지를 한 뒤 다시 파란대문집으로 와서 혼자 책을 읽고 있다.

이번 주에 잡힌 약속들을 모두 취소하고 아내와 함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이제는 커피숍에 가서 잠깐 앉아 있기도 꺼려진다. 각종 모임이나 예배, 공연도 모두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일 때까지 모두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당장 올스톱되어버린 경제의 여파가 너무나 걱정된다. 함께 있는 게 나을까 혼자 있는 게 나을까. 이렇게 막상 혼자 있으면 쓸쓸해져서 집으로 가고 싶어 지고, 집으로 가면 또 마음 한 곳이 답답해지고. TV를 틀어도 페이스북을 열어도 온통 코로나19 얘기뿐이다. 내가 이러니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서로 의지할 사람은 우리 둘 뿐인데, 이런 때일수록 아내를 위로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만의 '이번 주 코로나19 행동강령'을 정해 보았다. 내용은 결국 '아내 말을 잘 듣자'는 것이다.

이번 주 남편의 행동강령 :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내 말을 잘 듣자

외출을 자제하고
아내 말을 잘 듣자

물과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고
아내 말을 잘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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