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읽은 좋은 책들
작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중계를 지켜보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TV를 끄고 한 해 동안 읽었던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페이스북과 티스토리 홈페이지 '편성준의 생각노트'의 기록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 서점 등을 뒤지면서 생각나는 대로 몇 권 끄집어냈습니다.
<국내 소설>
가시나무 그늘 - 이승우
살야야겠다 - 김탁환
이토록 고고한 연예 - 김탁환
뜨거운 피 - 김언수
잽 - 김언수
살아있는 도서관 - 김이경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여름, 스피드 - 김봉곤
경애의 마음 - 김금희
흰 - 한강
바깥은 여름 - 김애란
관내분실 - 김초엽
푸르른 틈새 - 권여선
,국내 소설은 김탁환의 역작 [살야야겠다]와 [이토록 고고한 연예] 두 권과 김언수의 느와르 소설 [뜨거운 피]가 읽는 맛이 남달랐고 김애란과 김봉곤의 소설도 참 좋았습니다. [관내분실]은 SF지만 '인간'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김초엽이라는 작가는 대상 말고 장려상도 함게 탄 특히한 케이스죠. 제일 최근에 읽은 게 12월 30일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이었는데 글을 참 잘 쓰고 마음도 따뜻한 작가를 만나 기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작년에 읽은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도 너무 좋았습니다.
<외국 소설>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사실들(어느 소설가의 자서전) - 필립 로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
아르카디아 - 로런 그로프
저지대 - 줌파 라히리
포르투갈의 높은 산 - 얀 마텔
밝고 깨끗한 곳 - 헤밍웨이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창백한 언덕 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염소의 축제 1, 2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카야
그대 눈동자에 건배 - 히가시노 게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 엘러리 퀸 등
네메시스 - 요 네스뵈
외국 소설은 단연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가 압권이었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읽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도 엄청난 작품이었구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역시 한 권 한 권 다 좋습니다. [녹턴]을 사놓고 바빠서 읽지 못했는데 집 안 책꽂이 어딘가 깊이 박혀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새해에 읽었습니다. 음악에 얽힌 다섯 편의 단편들인데 첫 작품은 아사다 지로가 쓴 것처럼 애잔하고 따뜻하더군요).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마치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같은 작품입니다.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이 우리 부부에게 보내주셨는데 재미있게 읽어놓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리뷰를 못 써서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내년에라도 시간을 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밝고 깨끗한 곳]은 전남 나주에 갔다가 산 책인데 같이 실린 <킬리만자로의 눈> 등 다른 작품들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특히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가 은근히 야하고 좋더군요. 아,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와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필립 로스와 함께 두 작가 작품만 꼽으라고 하면 무라타 사카야의 [편의점 인간]을 꼽고 싶습니다. 그만큼 울림이 있었던 특이하고 멋진 작품이었으니까요.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신철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김민정
지금 장미를 따라 - 문정희
시로 납치하다 - 류시화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시를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신철규의 시집은 참 좋더군요. 발랄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김민정의 시도 언제나 좋구요. 문정희 시인의 앤쏠로지 [지금 장미를 따라]를 우연히 샀는데 이건 그야말로 보물창고입니다. 좋은 시가 정말 많아요. 류시화가 엮은 [시로 납치하다]는 빼어난 외국 시와 그 작품들을 설명하는 류시화의 글이 매우 좋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한 꼭지씩 펼쳐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국내 에세이>
사소한 부탁 - 황현산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잘돼가? 무엇인든 - 이경미
박완서의 말 - 박완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 - 이재은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 유창선
틈만 나면 딴생각 - 정철
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 - 장석주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 장석주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주오 - 장석주/박연준
베를린 일기 - 최민석
강원국의 글쓰기 - 강원국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
열두 발자국 - 정재승
아! 병호 - 최우근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 정영목
<외국 에세이>
행복은 자전거를 차고 온다 - 이반 일리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는 에세이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올해는 에세이(범위가 좀 광범위하긴 하지만)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우선 황현산이라는 큰 별이 떨어졌습니다. 선생의 책은 늘 곁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단언합니다. 기다렸던 신형철의 새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읽고 전율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책입니다. 권여선이나 이경미의 에세이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느끼는 책입니다.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를 세 권이나 샀네요. 그 중에서도 [가만히 혼자 웃고싶은 오후]는 저에겐 마음이 심란해질 때마다 꺼내 읽는 보약 같은 책입니다. 박완서 선생의 인터뷰집은 제주에 있는 인디 책방 '디어 마이 블루'에서 산 책인데 찬찬히 읽을수록 좋은 책입니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글쓰기 책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최민석의 [베를린 일기]는 허허실실 투덜대는 소설가의 에세이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습니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우리가 살면서 알아야 할 본질적인 것들을 쉽게 이끌어주는 강연집입니다. 베스트셀러였죠. [아, 병호]는 제 고동학교 동창이자 극작가인 최우근의 책인데 저희들 어렸을 때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예쁜 어른용 동화입니다. 정영목 선생의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은 번역가가 쓴 에세이를 읽고 싶어서 집어든 책인데 필립 로스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서 쾌재를 부른 작품이었습니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시대를 앞서간 아나키스트의 다소 과격한 주장이 흥미롭게 실린 책인데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의 추천으로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가 보내주셔서 꿀 받아먹듯 읽은 책입니다.
작년 12월 31일, 술 마시러 가기 전에 충동적으로 꼽아본 것이라 분명히 빼먹은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2018년 마지막 날에 책 리스트를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올해에도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모두 좋은 책과 영화 드라마 등을 만나는 내년이 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