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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뉴 Dec 29. 2023

이번 주 연재에 차마 담지 못한

넋두리

이 글은 이번 주 연재에 차마 담지 못한 개인적 넋두리이니 가볍게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치솟는 생각과 분노를 이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제 머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쓰는 글이라서요..  


 

이번 연재를 올리며 저는, 포토라인에 섰던 유아인 배우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동시에, 며칠 전 생을 달리 한 이선균 배우도요.



죄지은 것이 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것에 대해 이의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죗값을 치르는 과정에 ‘공정성’과 ‘형평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누군가는, 차고 넘치는 증거가 있어도 10년이 넘도록 소환조사 한 번 제대로 받지 않고, 국민 혈세로, 고개 빳빳이 들고 밥 먹듯이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고, 또 누군가는 실질적 증거 하나 없음에도, 불과 몇 주 사이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으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탈탈 털리고, 포토라인 앞에서 몇 번을 고개 조아리며 사죄하고, 쓰레기 같은 언론들에 의해 이 사안과 관련 없는 사생활로까지 조리돌림당하며 인격이 송두리째 말살되어, 결국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내몰리는, 이토록 후진 나라가 제 조국이라는 사실이 끔찍하고 절망스럽습니다.    


 

경찰 조사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유아인 배우의 모습은 담담해 보였습니다. 사실 그래서 저는 속으로, 반성하지 않는 것 같은 그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그는 그곳에서도 또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보였거든요. 건들건들하던 지디가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진짜 약이라도 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절망스러워 보였던 이선균 배우의 표정을 보며 어쩌면 저는, 수사기관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런 태도를  보여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저를 깊이 반성합니다.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고 견뎌내기 위한 모습이었다는 것을 제가 알지 못했다는 자책이, 저도 결국 언론에 놀아난 무지한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결코 반성하는 기미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경찰과 언론, 쓰레기라고 부르기조차 아까운 자극적 제목을 붙여 배우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우리 언론들의 행태를 보며, 과연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운전하는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송골매의 노래에, 저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송골매 콘서트 속 이선균 배우의 모습을 속절없이 떠올리고야 맙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파스타를 만들어 먹다가도, 평화로운 휴일 오후 커피를 내리다가도, 엄마를 모시고 간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누군가를 보고도, 문득문득 그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드라마 <법쩐> 속의 그는 비리로 점철된 검찰 세력에 통쾌하게 맞섰 건만, 현실에서의 그는 그들에 의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그의 죽음이 저를 슬프고 분노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차마 그의 명복을 빌지 못하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저는 그의 복수를 소망합니다.

만약 제가 그의 자리에 있었다면, 저의 분신과도 같을 아이들과 가족을 남기고 떠나야 할 만큼 절망적인 마음으로 이 세상을 등져야 했다면, 저는 결코 편히 저세상으로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마음과 몸을 처절하게 도려낸 그들에게 되갚아주고 싶을 것입니다. 그의 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강력하게 대처하던 지디는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났습니다. 유아인 배우는, 자신이 저지른 죄만큼만 정직하게 값을 치르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로 복귀하기 바랍니다.

어떤 사회에서는 형벌보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개인적 상황이, 힘 있고 악의 어린 자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작동하는 이 사회에서, 그들이 부디 꿋꿋이 잘 버텨내기를, 그리하여 더 이상 저와 같은 이들이 일상에서 문득문득, 그들을 가슴 아리게 떠올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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