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회사 쿠팡에 한 목소리로 외쳐 보리니

by 지뉴

쿠팡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 11번가나 G마켓을 주로 이용했었다. 그러니까 불과 몇 해전만 해도 나는 며칠 걸리는 배송에 별다른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인간이었다. 비록 잠깐의 기다림 후면 쇼핑한 물건이 내 손안에 들어왔지만, 어쨌거나 이틀 정도의 배송은 기다려 주는 '작은 미덕(?)'이 내겐 있었다.


그러다 쿠팡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로켓배송으로 무장한. 급하게 주문할 물건이 있을 시 오늘 밤 자정 안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출근하기도 전에 물건이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도 어마무시한 빠르기의 배송이라니! 여태껏 겪어 보지 못한, 기다림 따윈 필요 없는 환상적인 쇼핑의 세계가 내 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나는 새벽배송에 심신을 저당 잡힌 인간이 되어갔고, 단 몇 천 원짜리 물건도 배송료 무료의 혜택을 볼 수 있으며, 쿠팡플레이마저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우회원'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했다.


"엄마!! 나 내일 학교에 단소 가져가야 하는데 준비한다는 걸 깜빡했어!"

밤 열한 시도 훌쩍 넘은 시간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쿠팡 어플을 열어젖혀 보였다.

"어떤 단소가 맘에 들어?"

휴대폰 화면에 나열해 있는 단소들을 주르륵, 아이 눈앞에서 넘겨 보이며, 나는 쿠팡의 빠른 배송이 마치 내가 가진 능력쯤 되는 양 흐뭇해했다.


가성비와 배송 속도를 인터넷 쇼핑의 중심에 두었던 나는, 한 번 빠진 쿠팡의 늪에서 쉬이 헤어 나오지 못했다. 쿠팡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목숨이 하나 둘 스러져 가고, 쿠팡의 각종 갑질과 불법적 행태가 뉴스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던 때에도, 그저 내가 쿠팡에서 누리던 것을 조금씩 줄이는 것만으로 어쭙잖은 양심의 가책을 덜고자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일단 색상 별로 구입해, 실물을 본 후 나머지는 모두 반품하는 식으로, '무료반품'의 혜택을 한 달에도 몇 번씩 활용하는 지인을 보며, 이만하면 나는 모범적인 소비자가 아닌가, 라며 위안 삼았다. 그런 마음으로 와우회원을 탈퇴하고, 쿠팡 소비를 줄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유출 사태가 터진 것이다. 최근 SKT를 비롯해 여러 개인정보 유출 사태들을 겪으며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무뎌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기에 쿠팡의 역대급 유출 소식을 듣고서도 별다른 행동을 취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쿠팡의 대처를 보며, 국회 청문회에 나온 쿠팡 대표의 태도를 보며 쿠팡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글로벌 CEO'라 바빠서 출석할 수 없다며, 자신을 대신해 임용된 지 겨우 일주일 된 바지 사장을, 그것도 '안.뇽.하세요! 캄.사.함미다!'와 같은, 아직 유치도 다 나지 않은 아가도 하는 한국말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인간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와 한국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모습에 "아니, 이 쓰뤡 같은 XX가! Disgusting!!"이란 말이 큰일 앞두고 나오는 방귀처럼 저절로 툭툭 튀어나왔다. 자사의 매출 90퍼센트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쿠팡의 대표란 자가, 글로벌 CEO 운운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부르는데도 이 땅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상황을 지켜보며 어찌 진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자신이 무시받는 기분이 들 때만큼은 도무지 참아내기가 힘든 법이다. 대배우 디카프리오도 무시받지 않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배우가 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건만. 한국인인 내가, 모범생 코스프레에 절어있었던 내가, 아무리 '순응’을 강요하는 공교육을 순종적으로 십 년 넘게 받고, '현모양처'야 말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훌륭한 여성상이라고 믿으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언니들이, 세상 조신한 태도로 ‘현모양처가 꿈이에요'라며 인형 같은 미소를 지을 때 진심으로 응원했었다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리하여 차마 실천하지 못하고 있던 쿠팡회원탈퇴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으로 쿠팡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기에, '악덕 기업은 정신 차려라!!!...'는 몇 마디를 끝으로 회원탈퇴 버튼을 눌렀다. 물론 나 하나 회원 탈퇴한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쿠팡의 태도는 달라지는 게 전혀 없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한국 소비자를, 한국을 무시하고 기만해도 결국 쿠팡 소비의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 고객들은 쿠팡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으리라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를 더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생애 처음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집단소송'에 내 이름 석자를 올렸다. 단지 돈 몇 푼 받아내자고 참여한 것은 아니다. 물론, 몇 푼이라도 이렇게 받아내는 돈은 더욱 당당하고 자랑스러울 것이기에, 평소에 내가 좋아라 하는 돈보다 몇 배는 더 사랑스러울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쿠팡 같은 대기업이 한국 소비자들이 맘만 먹으면 정말 무서운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깨우쳤으면 하는 것이다.


퇴사하는 직원에게 이백 만원 남짓하는 퇴직금 주기 싫어 정치, 수사권에 온갖 로비를 하며 더러운 돈 들이는 짓을 두 번 다시는 생각도 하지 않기를, 쿠팡이 제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일곱 살까지 한국에서 살았다는 김범석에 대한, 한국인으로서 일말의 애틋함이 있기에, 쿠팡의 '폭망' 보다는 '갱생'을 바란다. 미국보다 작고 약하다고 우리를 대놓고 졸로 취급하는, 자신의 뿌리가 어딘지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 같은 '범 킴'에게 한국인의 진정한 매운맛을 알려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행동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 지어니!!


- 이미 쿠팡회원을 탈퇴하신 분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동참해 주시면 되겠어요.(간단한 형식만 작성하면 되고, 따로 드는 비용은 일절 없었어요)

쿠팡 회원이면 요런 메시지 다들 받으셨을 거예요. 유츨 관련 메시지 받으신 분이면 참여가능하다네요.
채 몇 분 안 걸려 참여 완료되었어요

https://naver.me/x6xDpu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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