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신혼여행 어디로 가고 싶니?"
나에게 크게 관심 없던 친구가 거의 유일하게 내 눈을 바라보며 했던 질문이었다.
자기는 남들이 꿈꾸는 신혼여행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다고 했다.
온갖 로망과 이상과 상상이 합쳐진
그 사람이 갖고 싶은 이상을
누리고 싶은 휴식을 알 수 있어서랬다.
거의 매주 웨딩홀 투어를 다니면서
마음에 들었던 세 곳에 예약을 걸었고
이제 상견례는 3일 남았다.
급한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예식 날짜에 맞춰 그날을 기다리며
나머지를 늦지 않게만 준비하면 됐다.
"내년이면 비행기 미리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급할 건 이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차장님의 말에 순간 멍 했다.
어쩌면 이 시국만 아니었다면
당연하게 웨딩홀보다 먼저 알아봤을 신혼여행을
거의 잊고 있었다.
막연하게 내년이면 코로나가 거의 끝나고
나도 백신을 맞고 다들 해외여행을 가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매년 돌아왔던 여행 시즌이 아니라,
전 세계가 2년간 참아왔던 욕구가 분출될 시즌이라고 생각하니
잘못하면 대단히 비싼 여행을 가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려는데,
막연한 물음에 막혔다.
난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내게 이상적인 여행이란 어떤 걸까.
막연하게 쇼핑도 하고 싶고
멋진 풍경도 보고 싶고
아기자기한 마을도 거닐고 싶고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미술작품도 보고 싶고
푸르른 바다를 보며 하루 종일 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꼭 하고 싶은 게 없는데
그렇다고 아무 데나 정해서 가기엔
시간도 돈도 아까워서
그렇다고 남들이 좋다는 데를 따라가기에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해외를 갈 수 있다면
그와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일 텐데
어디로 어떻게 떠나는 게 좋을까.
내 평생 세계 모든 나라를 가보는 건
아마 불가능할 텐데
그 수많은 나라 중에서 어디를 골라야 할지
어디서 무엇을 봐야 할지
이 또한 막연하게 꿈꾸던 이상이
결정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오면서
또 한 번 잠재되어 있던 욕망과 취향을
특정할 수 없어 이름을 붙여보고
나는 어떤 걸 했을 때
좋아했는지 행복했었는지
되새김질을 하면서
때로는 비합리적인 부분까지도 들춰보았다.
결국은 나는 또다시 나를 알아가면서도
누군가 내게 왜 신혼여행을 그곳으로 선택했는지 물었을 때
대답하기 위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