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될 텐데 몸이 너무 무겁다. 정신력은 꺼져버렸고, 하루하루를 저전력 모드로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야 한다는 의지도 사라졌다.
이런 상태를 떠올리다 보니 선조들의 보릿고개가 생각난다. 보릿고개는 먹을 것이 없어 버텨야만 했던 극도로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견뎌냈다. 나물이나 도토리 같은 대체 식량을 찾아 먹고, 공동체의 힘을 빌려 함께 나누며 버텼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앞날이 막막했지만, 그들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을 찾아 하루하루를 넘겼다.
지금 내가 겪는 이 의지와 에너지의 고갈 상태도 어쩌면 현대의 보릿고개와 같다. 의지가 없는 시기에는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내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 오히려 무리하려다 더 지치기만 한다. 선조들이 그랬듯, 나 역시 지금은 억지로 뭔가를 하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돌보며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때다.
사실, 이런 상태는 자연재해와도 같다.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같이 추운 날씨라면, 억지로 밖에 나가려 하기보다 따뜻한 옷을 껴입고 몸을 보호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저 의지와 에너지가 돌아올 때까지 스스로를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힘든 시기를 받아들이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나만의 보릿고개를 넘어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