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슈퍼볼, 그래미, 그리고... (上편)
♨ 투부카세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까울
이 주의 신곡 뮤비, 라이브 무대, 최초 공개 영화 트레일러 등 새로운 모든 영상들과
그냥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소개합니다.
제 취향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어서 오세요!
2월이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나고 있는데도, 아직 찬 겨울바람에 패딩 지퍼를 한껏 올리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럼에도 지난 2월의 첫 절반은, 앞으로 다가올 한 해가 기대되는 즐거운 대형 이벤트들로 가득했다!
우선 최근 가장 핫했던 제 60회 슈퍼볼 무대부터 시작해서, 지난 그래미 시상식 무대와 새로 공개된 영화 트레일러들을 함께 살펴보자.
미국의 풋볼 리그인 NFL의 결승전 무대를 슈퍼볼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미국 풋볼리그 경기장이 과거 그릇(Bowl)모양이었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올해로 60회째를 맞은 슈퍼볼은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공개되는 브랜드 광고들과 영화 트레일러는 천문학적인 광고료를 자랑하고 무엇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해 하프타임 쇼에 누가 서느냐, 그 무대가 과거의 레전드 무대들에 비해 어땠느냐는 항상 팝 팬들은 물론 전 미국인들의 대화 소잿거리가 되는 것 같다.
올해에는 최근 그래미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Bad Bunny가 메인으로 무대를 섰는데, 60회 중 처음으로 영어 사용이 거의 없이 스페인어만으로 무대를 채우면서 쇼 전후로 큰 논란과 화제가 되었다.
특히 트럼프를 비롯한 보수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THE ONLY THING MORE POWERFUL THAN HATE IS LOVE
◀ 사탕수수밭부터 시작해서, 리키 마틴도 등장하고 여러모로 라틴아메리카의 삶과 문화, 사회 비판을 연출에 녹여내고자 노력한 모습이 보이는,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자기 앨범 커버에 나오는 드르륵칵 의자를 밭 중간에 놓은 것도 소소하게 재치 있고 귀여웠다). 특히 God bless America라고 외친 후 미국뿐 아니라 중,남미의 여러 나라를 외친 것과
마지막에 보여 준 '혐오보다 더 강한 단 한 가지는 사랑이다'라는 구호가 인상 깊었다. 중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그래미 상을 건네는 장면은 꽤 뭉클하기도 했다. 이민자로서 자신의 개인적 삶과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 아메리카인들 간의 사랑까지 노래한 포용적인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러티브를 빼고 봐도 무척 신나기도 하고.
라틴팝의 리듬에 익숙지 않은 우리가 듣기에는 좀 난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꾸준히 정말 인기도 많고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니 이참에 한 번쯤 무대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그리고 레이디 가가의 팬이라면 이 무대를 꼭 봐야 한다! 금발에 아름다운 파란 드레스를 입고 살사춤을 추는 가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
재밌는 비하인드로, 영상에 나오는 저 사탕수수밭 bushes는 모두 사람이 분장한 것이라고 한다! 사탕수수 분장 알바를 하러 간 사람 브이로그도 인스타에 찾아 보면 있다. ▶
이 영상을 보고 슈퍼볼 하프 타임 쇼에 관심이 생겼다면, 과거 무대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보고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던 케이티 페리의 무대부터, 메인 호스트는 콜드플레이였지만 어째 비욘세와 브루노 마스의 합동 무대가 더 기억에 남는 2016년, 더 과거로 가면 레전드 중 레전드로 꼽히는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의 무대도 재미있다. 2000년대 서부 힙합의 팬이라면 닥터 드레 사단이 등장하는 2022년 무대도 좋다. (사실 2010년대 후반에 평이 안 좋은 무대들도 좀 있는데, 못하면 못한 대로 전세계적인 불호평이 쏟아져서 가수들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Charlie Puth Sings the National Anthem at Super Bowl LX
https://youtu.be/1MMGgqmD2EQ?si=JvLiRFa5o_IESrGF&t=105
이번 하프타임 쇼가 여러모로 화제성이 정말 크다 보니 찰리푸스의 애국가 제창도 좋은 면으로 바이럴이 되었다.
나는 미국인도 아니고 하다 보니, 숱한 레전드 아티스트들이 미국 국가를 제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루한 노래를 굳이 찾아듣진 않았는데 이번 찰리 푸스의 국가 제창만큼은 며칠 새에 정말 여러 번 돌려듣고 있다.
저 사람 많고 시끄러운 야외에서 완벽한 피치와 미성으로 국가를 부르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타임 스탬프로 링크를 가져왔는데 바로 재생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반 고음과 함께 전투기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이다! 미국인도 아닌데 왠지 벅차오르는 순간.
(립싱크라는 얘기도 있다) (근데 출처가 데일리 메일이라 별로 믿기진 않는다)
그리고 이건 영상 보면서 든 딴생각인데, 젊은 시절 꽃미남으로 유명한 가수들은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서 수염을 기르거나 스타일링 변화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찰리 푸스는 인기 많던 그 시절과 거의 비슷한 스타일링을 유지 중인 것 같다. 볼 때마다 저 눈썹 스크래치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Green Day performs "American idiot" before Super Bowl LX
https://youtube.com/shorts/oN1nv-PkALQ?
지난 게시글에서 정말 좋아하는 밴드인 그린데이가 슈퍼볼에서 오프닝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Holiday, Boulevard of Broken Dreams, American Idiot 세 곡을 부르며 5분여 가량의 무대를 선보였다.
가장 미국적인 무대 한가운데서 American Idiot을 외치는 기개... 이게 펑크다 싶다.
밴드 공연을 위해서 꾸며진 전문 무대도 아닌데 MR 하나 없이 이렇게 현장감 있는 라이브를 보여 준 그린데이 멤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컬 빌리조는 목소리가 늙지를 않는다.
이날 유독 하늘이 거의 보랏빛에 가깝게 아름다웠는데, 청량한 American Idiot의 전주와 함께하는 빌리 조의 빛나는 썬글라스, 그리고 뒤의 쨍한 하늘이 마음만은 늙지 않고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락스타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 계속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된다.
30년간 한결같이 거의 허벅지까지 내려 든 기타를 아무렇게나 막 쳐대는 빌리 조가 나는 정말 좋다.
이번 슈퍼 볼 무대들의 반응을 살펴 보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 "ART IS POLITICAL"이라는 말이었는데
이번 무대와 이를 둘러싼 일련의 비프들이 예술이 왜 정치적인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정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샤키라도 과거 하프타임 쇼 무대에서 일부 스페인어로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고,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은 발매된 지 20여 년이 지난 히트곡인데, 현 시점의 맥락에서 배드 버니와 그린데이의 무대는 어떠한 정치적 표현으로 해석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사용된다.
음악은 음악으로 즐겨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필연적으로 음악 뒤의 사람, 그 사람이 이 음악을 만들 때 담고자 한 메시지나 그가 가진 생각을 궁금해하게 되고, 그가 몸담은 시대나 장르 같은 음악 외적 요소들이 합쳐져서 음악은 예술 향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인 것이 된다. 음악은 시대정신의 반영이기도 하고, 음악이 시대를 바꿔 놓기도 한다. 일단 나부터도 푸에르토리코가 미국령인 걸 이번 배드 버니 무대로 알았으니까..
-
미식축구에 관심도 없고 미국인도 아닌 내가 왜 슈퍼 볼 하프타임 쇼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재미있잖아!" 라는 것뿐이다.
전 지구적 이벤트에 끼어들어서 며칠 전부터 그걸 기대하고, 실시간으로 즐기고, 올해는 어땠는지 왈가왈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즐길 수 있는 신나는 특권이 아닌가.
나와 관련 없는 다른 국가의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쓸데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막상 기웃거리다 보면 꽤 재밌다.
그래서 난 아바타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 보러 가고,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같은 거대한 스포츠 경기들도 챙겨보는 편이다.
취미가 파편화되고 다양해져 메가트렌드 같은 건 없어진 시대라고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는 이벤트가 나에겐 더 희소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슈퍼 볼에 워낙 관심이 많이 모이다 보니, 중간 광고로 영화 트레일러를 많이들 공개한다.
이번에도 많은 영화 트레일러들이 공개되었는데, 그중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디스클로저 데이> 두 개가 기대된다.
특히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이고 외계 SF 일 것 같아서 제발 잘 나왔길 바라는 중이다 ㅎㅎ
이번 주에 본 다른 트레일러들 2가지를 소개하자면...
The Dinosaurs | Official Trailer | Netflix
스티븐 스필버그가 프로듀싱하고 넷플릭스가 만드는 공룡 다큐멘터리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내레이션은 모건 프리먼이 맡았다.
한 가지 궁금한 건 썸네일 속 공룡의 정체다. 약간 스테고사우르스 같이 생겼는데 물에서 산다. 뭐하는 앨까?
그리고 공룡이 멸종하는 장면까지 나오는 것 같아서 벌써 약간 마음이 아프다...
공룡 이야기는 판타지 러버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데가 있는 것 같다.
우리랑 같은 지구에 저런 거대하고 이질적인 생명체가 발을 딛고 살아갔다는 게 어째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다. Lost world, Nature's greatest empire과 같은 트레일러 속의 낭만적인 문장들을 들으니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가 생각난다. 남미 어딘가에 공룡과 고생물들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다는 내용의 탐험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라 추천하고 싶다.
Young Sherlock - Official Trailer | Prime Video
◁ 그러니까, 이런 순정만화 표지를 가진 소설로 셜록 홈즈를 접한 그날부터 나는 마음 한켠에서 언제나 잘생긴 셜록 홈즈가 나오는 드라마를 염원해 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물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은 최고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옥스퍼드 대학교에 진학한 영 셜록을 주제로 드라마를 공개 예정이다(3월 4일 공개).
머리보다는 몸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들고, 친구 사귀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교 신입생 셜록이라니. 심지어 모리어티와 동기 사이!
찾아 보니, 셜록 실사 영화 시리즈를 만든 가이 리치가 다시 감독을 맡았고, 영 셜록이라는 코난 도일이 아닌 다른 작가가 쓴 스핀 오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셜록 실사 영화 시리즈도 팬이라면 볼 만하다. 무려 로버트다우니주니어가 셜록으로 나오는데 드라마랑은 또 다르게 영국스러운 매력이 있다.
까메오로 왓슨이 등장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동양계 배우가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 봤더니, 넷플릭스의 <삼체>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한 '진 쳉'이라는 배우라고 한다. 지금 <삼체>를 책으로 읽고 있는데 재밌으면 드라마로도 볼 생각이라 벌써 기대된다.
분량 조절 실패로 그래미 무대에 대한 후기는 다음 게시글로 조속히 돌아오려고 한다...
사실 무늬만 그래미 무대 후기고 그냥 내 사심 가득한 락밴드 라이브 & 커버 무대 소개글이다...
내가 쓰고싶은 거 써야지... 그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