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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Aug 01. 2022

이른둥이 엄마의 100일간의 모유 수유

우리 쌍둥이들은 27주생 이른둥이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71일, 81일을 보냈다. 이른둥이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가 괴사성 장염인데 장 기능이 미숙하여 소화가 되지 않고 장에 가스가 차서 배가 빵빵해지고 나중에는 장 일부가 괴사하여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 물론 괴사성 장염은 모유를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안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미숙한 장에 가장 부담을 덜 주고, 모유를 통해 엄마로부터 면역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른둥이 엄마들은 모유 수유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나는 애들이 워낙 어린 주수에 태어났고 꽤 오랫동안 만질수조차 없다보니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유축 밖에 없어서 더 심하게 집착 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 초유

 이른둥이로 출산한 경우에도 초유는 나온다. 나는 제왕절개를 하고 3일 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직 병원에 입원 했을 때였는데 초유가 나오면 담아 달라고 1미리, 5미리 주사기를 주었다. 처음에는 유축기도 없었고 마사지를 할 수 없었고 유즙도 나오지 않고 모유가 나올 생각을 1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아프지도 않고 가슴은 여전히 말랑했다. 그런데 주사기를 받고 나서 정말 우연히 가슴을 조물(?) 거렸는데 뭔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말 방울 방울 손유축을 해서 주사기에 담아 전달해주었다.

 초유는 노란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케타니 마사지 선생님 피셜로는 오래된 모유일수록 색이 진하고 갓 만들어진 모유일수록 투명하다. 모유는 임신 기간 동안에 만들어지고 출산하면 나오는데 초유는 만들어진지 오래 됐기 때문에 노랗다는 것이다. 그러니 초유가 노란색이 아니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런 경우에도 영양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 모유 유축하고 배달하기

 면회를 가면서 유축한 모유를 갖다주었다. 나는 매일 면회를 갔기 때문에 하루치를 유축해서 모유 저장팩에 담아 냉동한 모유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가져갔다. 그 당시 우리 애들이 있던 삼성 병원에서는 하루마다 오늘 먹을 양을 만들어 둔다고 해서 굳이 한번에 먹는 양으로 소분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이건 병원마다 다르니 병원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모유 저장팩은 초유 저장용인 50ml 부터 대용량 300ml 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처음에는 소분해야 되는 줄 알고 120 정도 유축을 하면 50 짜리에 30 정도씩 네팩으로 소분해서 담느라 하루에 삼십장을 넘게 쓰곤 했다. 그 후로는 150 짜리도 쓰고 200 짜리도 쓰고 암튼 저장팩을 여러 종류 사두고 용량에 맞춰 담아 보관했다. 3-4시간마다 꼬박 꼬박 밤에도 유축을 열심히 했을 때는 양이 충분해서 냉동실에 모유가 가득했었다. (뿌듯뿌듯)

 모유 양이 충분하지 않아서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나는 처음 2주 동안 산후 조리를 너무 잘해서 그런가 양이 적지 않았다. 퇴원 마지막 날에 초유가 나오고 그 후로는 조리원 가서 마사지도 받고 유축도 꾸준히 했다. 애들이 없으니 할 일이 없어서 밥 먹고 씻고 놀고 덕분에 세시간마다 정확하게 유축을 할 수 있었다. 내 경험 상 세시간마다 유축 하면 양이 늘긴 는다. 새벽에도 물론 세시간마다 유축을 해줘야 한다.

 유축하기 편하라고 수유 브라와 수유 나시도 입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불편했다. 어차피 집에서 하는거 여름이기도 해서 브라는 그냥 벗고 단추 있는 옷을 입고 있다가 단추만 풀러서 유축을 했다. 외출할 때 특히 캥거루케어 하고 나면 애들을 보고 호르몬이 나오는지 모유가 펑펑 나오기 때문에 수유 패드가 꼭 필요하다. (지구를 위해) 빨아 쓰는 건 잘 때 쓰고 그 외에는 일회용을 썼다.


- 유축기

 조리원에서는 각시밀을 썼고 퇴소하고 나서는 보건소에서 스펙트라 유축기를 대여했다. 나는 딱히 맞고 안 맞는 유축기가 없었는데 본인에게 딱 맞는 유축기가 따로 있었다는 사람도 있긴 했다. 보건소에서 대여한 스펙트라 유축기를 제일 많이 쓰는 것 같아 당근 마켓에서 상태가 괜찮은 것으로 중고 구매를 했다. 유축기는 모델 뿐만 아니라 제조일도 중요한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델명과 함께 제조일도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최신 제조가 비싼데 되팔 때에도 더 잘 팔리는 것 같았다. 유축기 본체는 중고로 구매하더라도 깔대기 같은 소모품은 새로 사야한다.

 거의 모든 유축기는 새제품이 10만원대로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그런데 정말 어마 어마한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메델라 유축기이다. 남편 친구네가 400만원 짜리 유축기를 썼다고 해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중에 찾아봤더니 진짜더라..! 300만원대인데 고오급 조리원에서는 대부분 메델라를 쓰는 것 같다. 이렇게 비싸기 때문에 사실 사서 쓸 수는 없고 대여 해서 쓴다. 유축기 자체가 그렇게 오래 쓰는 용품은 아니기 때문에 대여 해서 쓰는 것도 좋다. 모유 양은 많은 편이었지만 애들이 병원에 있어 직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애들이 먹는 양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 찾은 것이 메델라 심포니였는데 일단 설명으로는 아기가 실제로 직수하는 느낌에 가장 가까운 유축기 어쩌구 저쩌구 한다. 그래서 4주 대여해서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만큼 드라마틱하게 유축이 편하거나 양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동시 유축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마사지 해주며 유축해야 잘 나오는 나로서는 이것도 큰 이점이 되지 못했다.

 휴대용 유축기도 꼭 필요하다. 수동 유축기는 전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전동인 경우에는 휴대용은 크기가 작거나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세시간마다 유축은 정말 말 그대로 세시간마다여서 잠이 오나 외출을 하나 무조건 세시간마다 유축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내가 아파서 간 신경과에서도 양해를 구해 주사실에서 유축을 했다. 보통 애들 면회는 세시간 안에 갔다 올 수가 없어서 삼성 병원 1층 수유실에서 매일 유축을 했다. 다들 아기랑 같이 오는데 혼자 유축기로 유축 하는게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격려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나처럼 애들이 병원에 있는 엄마들도 많이 만났다.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기를.


- 젖몸살

 유축기로만 너무 오래 유축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무리가 생겼는지 가슴 밑에 빨간줄이 생기고 엄청 가려웠고 유두가 따가웠다. 검색해보니 전형적인 젖몸살 즉, 유방울혈이었다. 집 근처 유방외과를 갔는데 딱히 치료 받은 것은 없고 유두 상처에 바르라고 에스로반 연고를 처방해주었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오케타니 마사지를 예약 했다.

 젖몸살이 오면 보통 열이 나는데 가벼운 미열이 아니라 고열이 나고 심하게 아플 수도 있다. 타이레놀은 모유 수유 중은 물론 임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약이라 타이레놀을 먹고 더 심해지면 병원을 가야한다. 그리고 임신, 모유 수유 중에는 꼭 안전하게 약사님의 지도를 받고 타이레놀을 먹어야 한다! 사실 병원에 가도 열 내리라고 수액을 맞을 거 같긴 하다. 젖몸살은 어쨌든 유축을 해서 가슴을 비워야 낫는 것이기 때문이다. 젖몸살이 올수록 모유 수유를 해야한다. 양이 너무 많은데 유축을 못해서 젖몸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얼음팩이나 양배추 팩을 대주어 양을 줄여야 한다.


- 오케타니 마사지

 조리원 원장님들은 보통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와 오케타니 마사지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다. 그때는 초기라 몰랐는데 오케타니 마사지는 일본인 오케타니 소토미라는 사람이 발명한 가슴 마사지로 모유 수유와 젖몸살에 도움이 되는 마사지이다. 통곡 마사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떤 분은 마사지가 너무 아파서 통곡 하면서 받는다고 통곡인줄 알았다며..ㅋㅋ 그건 아니고 도쿄라는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으면 동경이 되듯이 오케타니는 통곡이 되어 통곡 마사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오케타니"와 "아이통곡"이라는 이름으로 찾으면 보통 한 동네에 한두개는 있다. 그 전에는 몰랐는데 은근히 많더라는.

 내가 다녔던 곳은 와이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는 곳이었고 원장님이 과도하게 마사지를 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다녀야 되는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물론 마사지도 정말 편했고 모유 수유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양을 늘리려고 돼지족을 먹는 엄마들이 있는데 양은 늘겠지만 기름진 음식은 유선을 막을 수도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단다. 기름진 음식을 유선을 막고 단 음식은 모유가 끈적해지니 최대한 기름지지 않은 음식으로 사찰 음식 같이 먹는게 좋다고 한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는 바람에 유선이 자주 막히곤 했다. 유선이 막히면 가슴이 정말 딱딱해지고 너무 아프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아픈데도 유축을 하다가 뚫리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보고 스스로 막힌 유선을 뚫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늘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상처가 덧날 수도 있고 난 쫄보라 이 방법으로는 하지 않았다. 유선이 막히는 것은 유선에 모유 찌꺼기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 찌꺼기를 빼내야 한다. 손으로 조물 조물 하면서 안 나오는 부분을 찾아서 그 부분을 여드름 짜는 것처럼 마사지를 해서 압력으로 찌꺼기를 나오게 해야 한다. 아마 유축 하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알거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그 후로는 그 부분이 사출할 가능성이 높고 (유축하지 않아도 나오는 걸 사출이라 한다.) 막혔던 부분은 쉽게 또 막히기 때문에 어쨌든 유선은 안 막히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


- 단유

모유는 아기가 먹는 만큼 조절이 된다고 한다. 양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펑펑 나오는게 아니라 아기가 크면서 많이 먹으면 그만큼 양이 저절로 느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직수가 안되고 유축만 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우리 애들은 쌍둥이라 무조건 양이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양이 많다보니 유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젖몸살이 오고 유선이 막히고를 반복하다가 양이 줄어들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애들이 퇴원하고 오니 아무리 산후 도우미와 남편이 같이 육아를 한다고 해도 밥을 못 먹거나 잠을 충분히 못 잤고 밤에 유축을 거르는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애들 둘을 데리고 외래를 가면 유축 할 시간이 정말 없다. 일단 가는데 한시간 진료 보고 나면 조금이라도 유축을 해야하는데 애들 밥 때라 맘마 주고 기저귀 갈고.. 유축 하려면 30분은 걸리는데 그 동안 남편이 혼자서 애들을 보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서 얼른 정리하고 집에 오기 바빴다. 어느날은 연속으로 이틀 외래가 있었는데 이때 양이 반토막이 나서 복구가 안됐다. 애들이 먹는 양은 점점 늘어나는데 그래도 냉동된 모유를 주고 하루에 유축을 겨우겨우 300 하면서 2주 정도를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 나만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은데 굳이 모유 수유를 고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단유를 결심하고는 단유식혜로 유명한 느린식혜를 주문하고 마사지를 예약했다. 양이 알아서 줄었기 때문에 마사지는 남은 젖을 빼내는 수준으로만 진행했고 단유식혜는 단유와 상관없이 그냥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남은 젖은 자연스럽게 흡수가 된다고 했는데 다른 질환(섬유선종)으로 12월마다 유방 초음파를 보는데 이번에 보면서 단유도 잘 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생후 106일 간의 유축은 막을 내렸다. 똑똑하게 계획적으로 유축을 했다면 좀 더 먹일 수 있지 않았을까? 초기에 양이 많았던 게 오히려 안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다면 차라리 초기에 혼합 수유를 하고 양을 서서히 늘릴 것이다. 그리고 직수 연습을 더 적극적으로 했을.. 아 모르겠다. 육아는 정말 1도 예측이 안되고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유축만 하는 엄마들에게 (특히 이른둥이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라도 모유수유를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아기가 어리고 특히 병원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유축에 집착하고 못하면 죄책감 느끼곤 했는데 애들이 조금만 커도 캥거루 케어, 기저귀 갈기, 놀아주기 등등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유축은 정말 일부분일뿐이다. 유축이 어려우면 오히려 과감하게 단유를 하고 다른 걸 해주기 위해 엄마가 몸조리를 잘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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