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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Aug 01. 2022

조기 수축으로 인한 입원 생활과 수축 억제제에 대해서

이 날은 낮부터 출혈은 아니지만 핑크냉(사실 이것도 출혈)이 보이고 배가 아팠다. 임신 중에는 종종 배가 아픈 적이 있었는데 자궁이 커질때도 생리통처럼 배가 사르르 아프기 때문에 정상적인 증상으로 봐도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TTTS (쌍태아 수혈 증후군) 시술을 받은 적도 있고, 경부 길이도 짧았고 (22주 2cm 대), 쌍둥이기도 해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분당 서울대 분만장으로 가게 되었다.




산모들은 응급실로 가기 보다는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 분만장으로 연락하는 것이 좋다. 일단 핑크냉이 비친다고 했더니 바로 분만장 분만대(헉!)에서 양수가 새는지 검사를 했다. 일단 질경으로 밑을 벌리는데 정말 너무 너무 아프다...


파이브로넥틴 검사 - 파이브로넥틴은 임신 후반부에 나오는 단백질이다. 분비물에서 파이브로넥틴이 나오면 조산 위험이 있다.

니트라진 검사 - 산도를 측정하여 분비물에 양수가 섞여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오렌지색 용지로 검사를 하는데 양수가 묻으면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둘 중 하나가 양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양성(뭐든 혈액이 묻으면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경우 양수가 새지 않는데 양성이라고 나오는 것을 가양성이라고 한다.)인 경우도 있다고. 그런데(!)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 날로 산모-태아 집중 치료실 입원하게 되었다. MFICU, 고위험 산모 병실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임산부 전용 중환자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입원 하는 산모들은 거의 대부분은 전자간증이나 조기 수축으로 입원한다. 처음에는 전자간증 엄마들은 그래도 움직일수나 있지 조기 수축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중증인 경우에는 주수가 지나고 아기가 크지 않고 엄마 목숨도 위험하다고 한다.


아무튼 조기 수축의 경우에는 수축 억제제를 맞으면서 버틸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분만을 한다. 수축 검사는 벨트를 차고 동그란 센서 같은걸 배에 고정시켜서 한다. 그리고 수축은 그래프로 그려지기도 하고 상주 의사 선생님이 계속 보고 있는데 5분 이하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그려지는 경우 분만 할수도 있는 조기 수축이 온 것으로 판단한다. 위험한 그래프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물결 모양처럼 너무 예쁘다. 폭파 스위치 같은 버튼을 주고 수축이 느껴지면 산모가 직접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물결 모양이 아니어도 산모가 5분 이하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수축을 느끼면 그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수축이 멎으면 수축 검사기는 땐다. 그리고 하루에 다섯번 아기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아기가 안전한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조기 수축이 와서 바로 분만하는 경우도 있고, 3달 동안 입원해서 거의 만출한 경우도 있다. 조기 수축이 오면 경부 길이도 급격하게 짧아지고 양수가 샐 수 있는데 이러면 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침대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5월 20일에 입원해서 6월 16일에 분만 했으니 26박을 병원에서 보냈는데 그 동안 샤워를 3번 정도 한 것 같다.




수축 억제제는 보통 세가지가 있다. 이 중 트랙토실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비싸다. 영원히 맞는 것도 아니니 천만원이든 이천만원이든 아기들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트랙토실은 나에게 약이 듣질 않았다. 개인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뭐가 가장 좋다고 말 할 수 없지만 트랙토실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억제제로 수축이 잡히는 엄마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냥 수축 안 준다고 불평하지 마시고 무슨 억제제라도 부작용 없고 약발 잘 들어서 수축 잡히면 성공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포도당 수액 - 사실 이건 억제제는 아니지만 수액으로 수축이 잡히는 경우도 있어서 일단 초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포도당 수액을 제일 처음으로 맞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수축이 잡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경우이다.

황산 마그네슘 - 가격이 싸다. 부작용이 비교적 덜 한 편이다. 몸이 처지는 느낌이 든다. 손이 떨리고 힘이 없다. 열감이 느껴진다. 혈관통이 있을 수 있다.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용량을 빠르게 맞고 나서 본 주사를 맞는다. 그리고 이걸 맞는 동안에는 수분 섭취한 것과 배출 한 것(소변 대변)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혹시라도 수분 배출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쓸 수 없는 약이다. 쉬야 하기 전에 변기에 눈금 있는 소변통을 올리고 거기에 쉬야를 하고 눈금을 보고  기록하는 것, 먹을 때마다 기록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아산에서 TTTS (쌍태아 수혈 증후군) 시술 후 회복할 때 사용했고 분당 서울대에서 입원하는 동안에도 거의 황산 마그네슘으로 수축을 잡았다. 삼성 서울 병원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 쓰지 않는다고 했다.  (띠용)

라보파 - 유토파라고도 한다. 몸이 두근거린다. 손이 떨린다. 혈압이 높아진다. 맥박이 빨라진다. 세가지 억제제 중 부작용이 가장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아예 안 쓰는 나라도 많다고 한다. 분당 서울대에서 잠깐 쓰고 삼성 서울 병원에서 라보파와 트랙토실을 같이 썼다. 분당 서울대에서 라보파를 하루 맞고 수축이 잘 잡히고 있었는데 다른 걸로 갈아 탄걸로 봐서는 장기로는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트랙토실 - 아토시반이라고도 한다.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비싸다. 이른 주수부터 입원한 엄마들은 천만원 넘게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억제제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부작용이 없어 영국에서는 1차 치료제로 쓰인다고 한다. 4팩이 한 싸이클로, 48시간 전후로 맞을 수 있다. 3 싸이클까지는 건강 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하다. (검색해보니 15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 후로는 100만원이라는 카더라가 있는데 실제로 입원하는 동안 물어봤더니 30-40 만원이라고 했다. 단, 분당 서울대는 국립이라 더 저렴한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달라트와 질정 - 아달라트는 먹는 약으로 원래 고혈압 약이기 때문에 고혈압인 산모들은 먹을 수 없다. 나는 달라트가 정말 잘 맞았다. 처음부터 아달라트를 먹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먹는 약이기 때문에 침상 안정 할게요 하고 아달라트를 처방받고 입원 안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 질정은 내 생각에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이 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질정의 효과는 연고처럼 자궁 경부에 발라져서 자궁 경부를 튼튼하게 해주고 자궁 경부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나는 입원하면서 처음 넣게 되어서 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효과를 보진 못했다. 아마 이미 자궁 경부 길이가 너무 많이 짧아져서 효과를 못 본 걸수도 있겠다.


분당 서울대에서는 황산 마그네슘을 맞았다. 다행히 부작용이 없었고 이틀 정도 있으니 수축이 잡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약을 줄였는데 반동 수축이 왔다. 반동 수축이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심리적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약을 줄였더니 수축이 오고 결국 원래 약보다 더 많이 써도 수축이 안 잡히는 것을 말한다. 마그네슘으로도 안 잡혀 라보파를 달고 급하게 트랙토실까지 달았지만 수축이 잡히지 않았고 이 날은 정말 분만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수축이 규칙적으로 심하게 왔다. 그러다 다시 마그네슘을 달았더니 잠잠해졌다. 그 후로는 수축이 잡혀도 약을 함부로 줄이지 않기로 했다.


수축은 보통 밤에 더 자주 온다. 옥시토신이 분비 되기 때문이다. 약을 달고 있는데도 밤에 수축이 너무 자주 느껴져서 간호사 선생님을 자주 호출했다. 억제제 용량 조절은 수축이 많다고 해서 어 그럼 올릴게요 하는게 아니다. 수축 검사기를 달고 실제로 수축이 있는지 확인하고 의사 지시 하에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옥시토신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건지 밤마다 수축이 심했고 회진 때 나는 그냥 밤에는 용량 올리고 낮에는 용량 내릴수 있도록 허락을 받기도 했다.


자궁도 근육인지라 수분이 없으면 수축이 더 많이 온다고 한다. 사실 초기에는 그것도 모르고 우울해서이기도 했고, 많이 마시고 먹으면 배가 빵빵해지니 수축이 더 심해질거라고 생각해서 배부르게 먹지 않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이 말을 하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또 자궁 경부가 짧아지고 벌어져도 아기가 어느 정도는 크기가 커야 안 빠진다(!)고 하는 글을 봤다. 아기가 너무 작으면 오히려 밑으로 많이 내려온다고 (물론 분만에 가까워지고 아기가 클수록 많이 내려오지만 그건 조기수축 관련해서는 좀 다른 이야기) 그 후로 남편이 소고기, 수박, 토마토 등 아기 키울 수 있는 음식을 배달해줬고 억지로라도 먹었다. 많이 먹으니 정말 오히려 수축이 사라졌다.


라보파를 잠시 달았을 때의 일이었다. 라보파는 앞에서 썼듯이 맥박을 빨라지게 하고 심장이 세게 뛰기 때문에 아기 심장 소리 대신에 엄마의 심장 소리가 잡히는 경우가 있다. 라보파 달고 있는 중에 아기 심장이 갑자기 100 이하로 뛰어서 나는 산소도 달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내 심장 소리가 잡히는 거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맥박은 200이 넘은 적도 종종 있었다.


마그네슘 줄였다가 식겁하고 난 후로 분당 서울대에서는 쭉 마그네슘을 달았고, 삼성에서는 마그네슘을 쓰지 않는다고 하여 삼성에서는 트랙토실과 라보파를 달고 있었다. 분당 서울대에서는 두가지 약을 같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퇴원 못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수축 잡힌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겁니다 정말. 수축이 안 잡혀도 자궁 경부 길이만 안 짧아지면 괜찮아요. 자궁 경부 길이가 짧아도 안 열리면 괜찮아요. 자궁 경부가 열리고 있어도 애가 안 내려오면 괜찮아요. 애가 내려와도 나오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이게 내가 가졌던 마음 가짐이다.


애들이 진짜 일찍 나올까요? 하는 말에 교수님은 아기가 나오고 안 나오는 건 우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과연 우문현답이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입원 하고 이틀 후 24주가 되었을 때 회진 하는데 교수님이 이제 나와도 살 수 있어요 라고 할 때는 약간 소름 돋기는 했다.


26일째 되던 6월 14일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면서 놀고 있다가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애들이 잘못 된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다. 초음파를 보니 그래도 애들은 잘 있다고 해서 솔직히 놀랐다. 와 이정도까지 와도 애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니구나. 원래 예정일은 9월이고 쌍둥이니까 8월 말이라고 치면 빨라도 7월은 돼서 만날 줄 알았는데 후둥이가 6월에 나오고 싶었나보다. 하필 분당 서울대에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자리가 부족했고 두자리가 있는 삼성 서울 병원으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전원해서 이틀 후인 16일에 아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둘 다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마음 졸이던 순간이 많았지만 아니, 항상 마음 졸였지만 애들이 나와도 건강하게만 커주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버틴게 아니라 장한 우리 두 아가들이 잘 버텨주어서 27주까지라도 끌 수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우리 쌍둥이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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