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주 4일 쌍둥이를 만나고 며칠 동안 생애 가장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다. 배는 홀쭉해졌는데 옆에 애들은 없고 누가 애기들 훔쳐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삼성 서울 병원은 모자 동실이라 다인실이라도 모두 아기들과 같이 있는데 나만 애들 없이 혼자 침대에 있는 것이 싫어서 병동을 돌고 또 돌았더니 뜻밖의 빠른 회복.. (!!!) 2주 동안 애들 없이 있었던 조리원에서도 요가 하다 울고 모빌 만들다 울고 밥 먹다 울고 유축하다 울고, 2주 후부터 조리원 퇴원하고 혼자 면회 다니기 시작할 때도 지하철에서 참 많이 울었다.
면회를 가서도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서 만질수도 없는데 무얼 해줄수 있겠는가. 애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쌔근 쌔근 잠만 잤다. 나는 유축한 모유를 배달하고 사진과 동영상만 찍다가 담당 간호사에게 애들 상태를 듣고 아기도 없이 수유실에서 유축하가가 돌아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던 중 2주쯤 지났을 때 간호사 선생님이 다음주부터 캥거루 케어를 하라며 안내 브로셔를 줬다.
캥거루 케어란 캥거루가 주머니에 자기 새끼를 쏙 넣고 다니는 것처럼 엄마나 아빠가 아기와 맨살을 맞대며 안아 주는 치료법이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떠나려 할 때 엄마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안아주는 동안에 아기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는 사례를 연구했더니 실제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후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치료법이라고는 하지만 만삭아들도 하고 커서도 하니 양육 방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감염 위험 때문에 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한다. 캥거루 케어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소소한 팁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우리 애들이 있던 삼성 서울 병원은 캥거루 케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병원이었다. 그것도 1kg가 갓 넘자마자 바로 하자고 해서 이래도 되나 할 정도였다. 사실 이 병원은 캥거루 케어 뿐만 아니라 면회 제한이 없을 정도로 보호자와 아이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쌍둥이인 경우에는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하루에 한 아이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같이 가야지만 둘 다 캥거루 케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면회 시간에는 제한이 없지만 캥거루 케어는 12시에서 1시까지 할 수 있는데 이 시간에 남편까지 매일 면회를 가기란 어려웠다. 다른 애들은 매일 할 수 있는데 우리 애들은 내가 매일 가도 일주일에 3번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정말 딱 이틀 빠지고 매일 갔었다.
하기 전날에 너무 떨려서 잠도 못잤다. 드디어 안아본다니 생각만 해도 벅차고 떨리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혹시라도 잘못 안으면 어쩌지, 아기가 불편해하면 어쩌지, 심지어 내가 안고 있다가 의자가 부서지면(?) 어쩌지 하고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 했다.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 인형으로 연습도 했다. 밤을 거의 새우고 그 다음날 드디어 캥거루 케어를 하게 되었다.
생후 23일 재태주수 30주 5일에 1160 그램이었던 선둥이부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이 있던 곳은 제1 신생아 중환자실로 정말 작은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인큐베이터 뚜껑이 열려 있는 아이들도 드물고 아직 울 줄 모르는 아기들이 많아 정말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걱정과는 달리 차분한 마음으로 캥거루 케어를 할 수 있었다. 선둥이 몸에는 바이탈을 체크하기 위한 선이 너무 많이 달려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알아서 아기 옷을 벗기고 선을 정리 하고 아기 자세까지 잡아서 안겨주기 때문에 엄마는 천천히 기다리면 된다. 아기는 발은 접은 웅크린 자세가 되어야 한다. 간혹 가다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선둥이는 캥거루 케어 도중에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서 하다가 중단을 하고, 다음 날도 못 했던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때에도 알람이 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며칠 후에 상태가 괜찮아져서 캥거루 케어도 다시 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캥거루 케어의 목적은 아기를 재우는데 있는 것 같다. 엄마 뱃속에서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내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른둥이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내는 것이 좋고, 캥거루 케어로 아기를 자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캥거루 케어를 하는 동안에는 아기가 잘 수 있게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캥거루 케어 동안에는 가볍게 토닥여주기만 했다.
한달이 지나고 애들 상태가 비교적 괜찮아지면서 마음이 해이해졌을 때가 있었다. 날씨도 더워지고 면회가 장기전이 되면서 몸이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유축을 하느라 저녁에도 세시간 마다 일어나야 했으니 푹 잠을 자지도 못했다. 그래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고 유축을 거를수 없으니 유축도 하고 한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일원역에 가면 12시가 넘어서 뛰어 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은 엄마인 내가 이렇게 긴장하고 숨이 찬 상태로 캥거루 케어를 하면 안겨 있는 아기 입장에서는 편하게 못 잘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조금 늦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갔다. 처음에는 늦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늦게 가면 늦게 가는 만큼 늦게 캥거루 케어를 마치도록 도와주셔서 캥거루 케어를 충분히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캥거루 케어를 잘 하려면 일단 엄마가 여유롭게 행복해야 한다. 이건 여담인데 하나보면 노곤하니 나도 잠을 자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가 의자에서 넘어질뻔 한 적이 있다. 절대 이러면 안된다..
캥거루 케어의 핵심을 맨살을 맞대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단추 달린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단추 달린 옷을 여러개 사야 하나 걱정했는데 탈의실이 있어서 옷을 가져가서 갈아 입었다. 나는 지하철로 면회를 다녔기 때문에 오히려 옷을 갈아 입는 것이 더 위생적이었다. 캥거루 케어 전용 가운을 주는 병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조산은 누구의 탓도 아닌데 이른둥이 엄마들은 내가 못 품어서 일찍 나왔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리고 처음에는 안아볼 수도 없고 아기는 힘들어 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기껏해야 유축하는 것 밖에 없으니 정말 우울하다. 앞서 쓰긴 했지만 정말 정말 많이 울었다. 그런데 나중에 친정 엄마가 얘기 하길 내가 캥거루 케어 하면서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캥거루 케어를 처음 하고 와서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내일 되면 일찍 일어나서 빨리 캥거루 케어 하러 가야된다고 우리 빨리 밥 먹자고 했단다. 생각해보면 캥거루 케어는 아가들 못지않게 엄마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요즘도 애들을 안고 있으면 그 때 생각이 나면서 너무 행복해진다.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니큐 시절..! 잘 안 먹는거 빼고는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고 만삭아 못지 않게 발달도 잘 하고 있는 애들은 보니 그 때가 생각 나면서 너무 고맙다. 잘 자라는 우리 쌍둥이 덕분에 캥거루 케어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모든 이른둥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