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보드가야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인도 보드가야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작년에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친구 식당의 한구석에 들여놓고, 카푸치노를 만들고 몇 개의 케이크를 만들며 5개월을 지내다가 여러 문제가 생겨 사실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하지만 몇 개월의 기다림 끝에 늘 그렇듯 겨울은 다시 찾아왔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다시 이곳 보드가야로 들어오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사진기자 친구가 찍어 주었던 활짝 웃고 있는 직원 단체 사진은 카페 정면 위쪽으로 옮겨져 걸려 있었고, 작년에 힘들게 같이 일했던 소년들은 조용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었다.
올 겨울을 인도에서 나기 위해 내가 준비한 것은 빵 만들기였다. 이곳에서 자연주의 빵을 만들어 팔고 싶어서 한국에서 천연발효빵을 배웠고 한국에 머물렀던 4개월 동안 하루하루 매일 빵을 만드는 연습을 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낡은 가스 오븐으로 빵을 굽기란 쉽지 않았고, 자연 그대로의 거친 인도 밀가루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카운터 한 구석에 진열된 나의 빵은 하루에 몇 조각이 팔리는 게 전부였고, 안 팔린 빵은 식당 앞에서 산책을 하는 오리들과 소에게 나눠 주어야 했다.
신기하게도 약간 신맛이 나는 천연 발효빵을 오리들이 가장 먼저 알아주었다. 오리들은 꽥꽥 소리를 내며 맛있다고 신나게 오물조물 내 빵을 씹어 먹었고, 이것에 용기를 얻은 나는 쓰레기장에서 먹을 것을 뒤지고 있던 커다란 소들에게도 던져 주니 우걱우걱 잘도 받아 먹었다. 난 그들에게 말을 걸며 거친 빵을 뜯어서 던져 주고 또 던져 주었다. 옆에 있는, 식당 앞에서 쓰러져 자고 있던 검정개에게도 한 뭉텅이를 뜯어서 던져 주니, 뭔가 맛있는 것을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걸어와서는 냄새를 맡더니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화난 눈빛을 던지고는 다시 제자리로 가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사람과 비슷한 생명체인 개도 역시 내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한 번만 더 한 번만 해보자고 계속 빵 반죽을 만들어댔고, 굽고 버리기를 반복하였다. 발효빵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인도 친구는 쓰디쓴 얼굴로 지켜만 보다가, 드디어 남는 것 하나 없는 빵 만들기를 그만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날 밤 난 속이 상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줄 알았으나 쓰디쓴 마음으로도 눈까풀은 감겼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며 빵 반죽을 오븐 안에 깊숙이 넣고 온도를 조절하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빵이 구워지기를 기다렸다.
음... 이제껏 만든 빵 중에 가장 그럴싸하게 색도 갈색으로 나왔고, 거친 표면이 맘에 들었다. 친구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진열대 밑에 올려놓았으나 역시 한 조각 외에는 팔리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식당 문을 닫을 즈음인 밤 10시경에 빵을 잘라 구워 땅콩잼을 발라 무심히 한입 배어 무는데, 빵이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고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났다. 늦은 밤이었지만 우걱우걱 다 씹어 먹고는 만족한 얼굴로 웃고 있으니, 친구가 무슨 일이냐는 제스처를 취했다.
"빵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몰랐었는데 이번 빵은 정말 잘 구워졌어. 이제 오븐에 적응이 되어 빵을 굽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
친구는 역시 너무 만드는 법이 복잡하다고 한다.
"아침 세트 메뉴에 끼워 넣어서 팔면 손님들이 좋아할 거야. 이건 확실해"
평소에 내 주장을 많이 하지 않고 수긍하며 친구를 따라가던 내가 확신에 차서 한말에 친구가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난 빵을 팔아서 돈을 못 벌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좋은 빵을 만들고 싶은 간절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에서 몇 개월간 홀로 빵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었다.
내일은 빵을 친구에게 통째로 주워서 아침 세트에 넣어볼 생각이다.
과연 어떤 반응이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