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카푸치노 주문이 들어왔다.

인도의 시골에서 커피 장사를 시작하다.

by Mango

고즈넉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인도의 시골마을 보드가야에 커피 머신이 당당하게 들어섰고, 나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새벽에 가게로 나와 반짝 빛이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더욱 반짝반짝하게 닦았다. 머신 뒤편에 입김을 불어 윤기가 나게 하고, 머신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는 첫 에스프레소를 뽑아 맛이 괜찮은지 음미하였다.


시골 마을에 커다란 에스프레소 머신이 들어온 것을 본 외국인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경을 했지만 처음엔 누구도 커피를 시키지 않았다. 음식값만큼이나 비싼 커피 메뉴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그냥 인도 홍차인 짜이를 시켰다. 물론 커피 값은 우리나라에 비해 반절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인도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만한 가격이었다. 11월은 보드가야에 여행자들이 많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였기에 머리 속으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아마 커피 장사를 시작한 첫 해였기에 조급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커피가 너무 비싼가, 아님 너무 맛이 없나, 가격을 내려야 하나'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식당도 장사가 잘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그냥 그냥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고, 자꾸 친구랑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한가한 시간에 나는 케이크 만드는 연습을 하곤 했는데,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 자꾸 친구를 귀찮게 하니, 친구도 어느 날 참을성에 한계를 느꼈었나 보다. 나는 또 나대로 그 모습에 상처를 받았고, 그날 나는 저녁에 어차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문을 닫겠다고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 도구를 씻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무리의 유럽 여행자들이 테이블을 붙여 같이 앉더니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늦은 시간이었기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총 9잔이나. 서둘러 다시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 충분한 우유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에스프레소를 뽑기 시작했다. 우선 카페라테 8잔을 만들고 나서, 마지막으로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그런데 힘이 많이 들었는지 충분한 거품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한잔이기도 했고, 다시 만들기도 귀찮아서 인도 소년에게 괜찮을까를 물어보니, 대답은 '노 프라블럼'이었고, 곱슬머리를 풀어헤친 인상이 좋아 보이는 남자에게 카푸치노를 갖다 주었으나, 곧 다시 만들어 달라, 카푸치노 거품은 최소한 1센티미터는 돼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다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던 나는 얼굴이 빨개졌고, 정말 정성을 다해 카푸치노를 만들어 주었다. 다행히 그는 거품을 한 입 마시더니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했다.



식당 부엌으로 들어가 좀 전에 다퉜던 친구 곁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불쌍한 얼굴로,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나의 친구는 나의 얼굴을 한참 보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힘내, 처음엔 원래 다 그런 거야"

"그럼 너도 처음에 사람 없었어?" 그랬더니 자기의 옛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13살에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손님들은 조무래기인 우리를 보고 식당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 그러기를 일주일, 차츰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더라고"

"그럼 나도 괜찮은 거야? 나 괜찮을까?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할까?"

"당연하지, 네 커피는 베스트 커피니까. 조금 기다려봐"


이렇게 친구와 화해를 했고, 첫 번째의 카푸치노의 실패로 나는 승승장구를 달리기 시작했다. 카푸치노를 시켰던 그 남자는 커피에 미친 이탈리아 인이었고, 커다란 카푸치노를 하루에 3잔 이상을 마셨다. 그가 데리고 오던 수많은 친구들. 그리고 많은 여행자들이 너도 나도 커피를 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친구들과 싸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