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보드가야에서 보내는 겨울
평소처럼 새벽 여섯 시 반에 정확히 울리는 노크소리에 눈을 뜨고 방문을 빼꼼히 열어 숙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오랜 친구 프렘이 직접 내린 필터 커피를 받아 마시고 또다시 '모하메드 레스토랑'으로 출근하였다. 게스트하우스를 지나 식당으로 가는 길은 삼분 정도 걸리는데 좁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들어선 집 앞에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꼬마들과 인사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웃 아저씨들에게 '나마스테'를 외치며 오는 길은 생각보다 즐겁다. 인도에서는 혼자 있어서 외롭지 않은 이유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소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레스토랑 입구 안쪽에 마련된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켜고,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다 보면 모하메드와 함께 20년 동안 식당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작은 체구의 '라메쉬'는 티베트식 미숫가루라고 할 수 있는 '참파'로 만든 죽을 만들어 준다. 물에 곡물가루를 타서 걸쭉하게 끓인 후에 바나나를 잘라 넣고 위에 잘게 자른 코코넛, 캐슈너트, 아몬드 그리고 건포도를 뿌려 내온다. 보통은 우유에 설탕을 넣어 끓이지만 비건을 나를 위해 항상 이렇게 만들어 준다.
매일 아침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쌀쌀한 날씨를 '참파 포리지'로 녹이고 에스프레소를 내려 커피 상태를 체크하고는,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는 여행자들이 오기 전에 나의 시그니처 메뉴인 '브라우니'와 비건 케이크를 만들 준비를 해 둔다. 그리고 천연발효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냉장고에서 급히 꺼내 내어 놓는다.
내가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항상 하는 일이다. 이 날은 큰 맘을 먹고 친구에게 '빵을 줄 테니 아침 메뉴에 넣어볼래?' 빵이 포함된 아침 세트 메뉴를 시키는 사람들은 서양인들이 많으니 좋아할 거야'라고 말했지만 역시나 단번에 '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하고는 그냥 빵을 굽고 팔아보기로 했다. 빵이 잘 안 팔리는 이유가 크기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날은 크기를 반으로 줄여서 굽기로 하였다.
빵을 오븐에 넣고,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는 여행자들을 위해 빠르게 카푸치노를 만든다. 99%의 여행자들이 우유 거품이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시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드는 커피를 좋아해 준다는, 길거리에 오리와 닭들이 파닥파닥 날아다니는 이 시골마을에서 그들을 위해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는다는 기쁨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게 된다.
빵이 오븐에서 구워졌고, 뜨겁게 김이 나는 빵을 서둘러 카운터 안에 밀어 넣었다. 천연발효빵의 은은한 향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무심히 커피를 뽑고 있는데 마짝 마른 히피 머리를 한 여행자가 활짝 웃으며 '와'하는 감탄과 함께 내 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는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라며 이 빵을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나 역시 비건이라며 먹어도 괜찮다고 하니 그럼 반을 잘라 달란다. 기쁜 마음에 '그럼 그럼' 하고 대답하고는 그가 주문한 두유 라테와 빵을 조각으로 잘라 테이블에 올려 주니 그는 옆에 있는 아내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티베트의 위대한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 곳 보드가야에 와서 티칭을 하며 기거하고 계셨고, 이에 많은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친구가 20년 동안 하고 있는 식당은 보드가야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오는 식당이었고 아침이면 밀려드는 커피 주문에 나도 정신이 없었지만 이 날은 내 천연 발효빵에 유독 눈이 갔다. 만일 천연 발효빵이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 올해는 그냥 포기하기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 여인이 내 빵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빵 반조각을 달라고 한다. 기쁜 마음에 미소를 활짝 지으며 조각으로 더 잘라 내어 주었더니, 금방 다시 와서 남은 빵 한 개를 싸 달라고 했다. 주방으로 소란을 떨며 달려가니 바쁘게 요리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 나를 의아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탁자 아래 놓여 있는 은박지를 들어 빵을 소중히 담았다. 그리고 밖에서 빵을 기다리고 있는 그분께 안겨 드렸다.
이렇게 한달 동안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빵 만들기에 대한 나의 고민은 단순하게 끝이 났다.
그냥 빵을 만들어 팔기로,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내 빵을 알아주겠지 하며,
친구의 의견은 뒤로 하고 나의 생각을 밀어붙이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나의 빵 만들기는 계속 되었다.